일본 해상자위대 첫 전투지역 파견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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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해상자위대가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 해외 전투지역에 파견된 것은 일본 우파들이 주장해온 '보통국가론'이 가시화한 것을 의미한다.

보통국가론은 일본도 다른 국가와 같이 군사력을 갖고 당당하게 외교.군사활동을 펼치자는 주장이다. 군사력 보유 및 전쟁참여를 금지한 헌법 9조의 개헌논의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가 1980년대 '전후(戰後)총결산' 논리를 들고 나온 후 90년대 초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가 이를 '보통국가론'으로 정리했다. 이 논리를 근거로 국기(히노마루).국가(기미가요)가 99년 부활됐다. 보통국가론이 직접 군사대국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군사력 확대를 부추겨 동북아 외교.안보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일 군사소식통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에서 군비 현대화경쟁을 촉발하고, 미국이 동북아 방위에서 일본의 역할증대를 인정하면 한국과의 잦은 마찰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후쿠다(福田)-아베(安倍)-모리(森)파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자민당 내 매파출신이다.

직접 '보통국가론'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월 총리 취임 후 "국가가 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보통국가론을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고이즈미의 외교안보정책 자문인사 중에는 신보수주의 논객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도쿄대 교수 등 보수우익 성향의 인사들이 많다.

차기 외무상 1순위로 꼽히는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는 이번 자위대 파견을 가능케 한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입법을 주도했다.

◇ 의미.전망=헌법 9조 개정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전망이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대 교수는 "헌법이 허용하는 모든 군사적 조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남은 것은 헌법개정 논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호연(權鎬淵) 호세(法政)대 교수는 "이번 해상자위대 파견은 일본의 군사활동이 장거리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일본 우파는 2015년 이후 오키나와 기지 철수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장기 방위계획을 마무리짓고 난 후 오키나와를 직접 방위함으로써 군사활동 영역을 대폭 넓히자는 의도다. 일본은 올해부터 2005년까지 25조엔을 투입, 공중급유기 4척.경항모형 함정 2척.이지스함 2척 도입을 골자로 한 중장기 방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광학위성 2기, 레이더 위성 2기도 발사할 계획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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