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교육’성과 뒤엔 지평선학당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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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제지역 고등학생들이 지평선학당에서 박근형강사로부터 논술 수업을 받고 있다. [장대석 기자]

전북 김제여중 3학년 백지혜(15)양은 지난 4월말 중간고사의 국어시험에서 100점을 받았다. 국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80~90점을 오르내리며 어렵게만 생각되던 과목이었다. 지혜는 국어뿐 아니라 영어·수학·사회·과학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 이처럼 좋은 성적을 얻은 덕분에 전교 등수는 10등에서 1등으로 올라섰다.

지혜는 “성적이 껑충 뛴 것은 학교수업을 충실히 듣고, 방과후에는 지평선학당에 꾸준히 다닌 게 비결”이라고 밝혔다. 지평선학당은 김제시가 중·고생들에게 무료로 방과후 과외를 해주는 일종의 공립(公立)학원이다. 지혜는 학교수업을 마치면 지평선학당으로 가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과목을 하루 네 시간씩 배운다.

지혜는 “서울서 온 일류 강사 선생님들이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치고, 다양한 문제들을 많이 풀어볼 수 있도록 지도해 줘 실력이 탄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니 더 열심히 잘 하자는 욕심과 의욕이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김제 지평선학당이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설립 2년 만에 고교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우수 중학생들의 타 지역 유출이 크게 줄어 드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평선학당은 김제시가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학생·학부모들이 인근 도시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08년7월 설립했다. 김제지역에서는 매년 중학교 졸업생 700~800여명 가운데 40~50%가 전주·익산 등 고교로 진학한다. 신풍동 옛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 한 지평선학당은 10개 강의실과 식당·체력단련실까지 갖췄다. 현재 학생은 중학교 2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총 150여명에 이른다. 수강생은 일년에 두 차례 시험을 치러 선발한다.

평일 강의는 중학생의 경우 오후 5시30분부터, 고교생은 오후 7시30분부터 하루 두 과목, 네 시간씩 진행한다. 중학생은 국어·영어·수학·과학 과목을, 고교생은 언어·수리·외국어·과학탐구·사회탐구·논술 등을 배운다.

강의는 서울의 종로학원 강사들이 내려와 한다. 20여명의 강사들은 2~3일씩 머물면서 서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똑같은 강의·문제풀이를 하고, 최신 입시경향과 대학별 맞춤 전략 등도 제시한다. 종로학원은 지평선학당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반학생들에게는 온라인강의 수강용 ID도 제공한다.

지평선학당은 올해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0년 대학입시에서 수강생 40명 가운데 10명이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수도권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 30명은 전남·북 지역의 국·공립 대학에 들어갔다.

우수 학생들의 타 지역 유출도 눈에 띠게 줄고 있다. 중 3학년 가운데 상위 10%안에 드는 성적 우수학생들의 지역내 학교 진학자가 2007년 10명에서 21명(2008년)→21명(2009년)→25명(2010년) 등으로 늘었다.

김제시 최니호 인재양성계장은 “지자체의 교육지원 사업비가 연간 149억원으로 전국의 210개 지자체중 4위, 전북도내 14개 지자체중 1위”라며 “주민들이 아들·딸을 우리고장에서 맘놓고 키울 수 있도록 우수한 교육환경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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