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 가방고리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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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지하철에는 노약자와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 지정돼 있다. 요즘엔 홍보가 많이 돼 있어 젊은 사람들은 아예 노약자와 임산부 지정석에는 잘 앉지를 않는다. 그런데 임신초기의 임산부의 경우는 어떤가? 겉보기에는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아 임산부임을 알 수 없다. 당연히 임산부 자리에 앉기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나 임신했어요'라고 광고하고 다닐수도 없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초기 임산부들은 좌석이 비어있지 않으면 그냥 서서 가는 것을 선택하고 만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다. 비록 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임신했음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한 장치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006년부터 매년 임산부 배려캠페인의 일환으로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를 전국의 보건소 및 150개소의 산부인과 병의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만 모두 11만개의 가방고리를 배포했다. 또 예비엄마들 사이에선 아가사랑 사이트(www.aga-love.org)와 방송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비교적 알려져 있다.

문제는 정작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할 사람들이 아직 많이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학생 유창환(22, 명지대학교)씨는 “특히 남자들은 작은 액세서리에 둔감할 수밖에 없어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를 알아채고 자리를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산부 관련 인터넷클럽에는 “임산부라는 증표를 달고 있어도 자리를 양보 받지 못했다”라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지하철에 마련된 노약자석도 사정은 마찬가지. 평소 지하철을 통해 등하교하는 대학원생 최윤희(23, 명지대학교)양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겉으로 보았을 때 눈에 띄지 않는 임신여성의 경우 배려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된 아기의 엄마인 장경진(25, 주부, 서울시 상계동)씨는 “임신 후 보건소에서 가방고리를 받았지만 가방에 걸고 다니긴 좀 그래서 열쇠고리로 사용했었다”며, "가방고리를 통해 ‘임신한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확인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자리를 양보받는 등 배려받는 수단이 되는데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순철 홍보본부장은 "임산부 배려 가방고리는 임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상징물로 매년 10월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지정해 전국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임산부가 배려 받아야하고 당당한 존재임을 알리는 것이 임산부배려 캠페인의 주된 목적"이라며 "포스터와 방송을 통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조민형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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