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경선 이인제·권노갑 연대 파괴력 얼마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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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고문과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의 밀착도는 여권 대통령후보 경선의 핵심변수 중 하나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여론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李고문과, 전당대회에서 표를 행사할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이 큰 權전고문이 결합하면 누구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역학구도 때문에 李고문과 경합하고 있는 다른 주자들이나 쇄신파는 李고문을 타격하는 방법으로 權전고문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權전고문은 최근 측근들에게 "정권을 재창출해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2003년 2월 25일에 정치인생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겠다"며 "李고문은 대통령 재목이 된다. 깡도 보통이 아니다"고 칭찬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두 사람의 밀착 수준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가까워진 계기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1998년 8월 李고문의 국민신당이 국민회의(현 민주당)와 합당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98년 10월 말 李고문이 미국으로 연수가는 길에 당시 일본에 머물던 權전고문을 만나 여권의 장래를 논의하면서 두 사람의 우호관계가 시작됐다고 한다.

李고문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정권 재창출이 최상의 목표라는 점에서 생각이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유대가 공고해진 데는 특이한 인맥도 한몫했다.

權전고문의 사돈인 S골프장 H회장은 權전고문과 사돈관계를 맺기 이전부터 李고문의 후원자였다는 것이다. H회장은 李고문이 경기도지사 재직시 만난 뒤 李고문을 지지해왔다고 한다. 李고문측도 "H회장의 역할이 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30 최고위원 경선 당시 權전고문은 골프 모임을 지렛대로 지방을 돌면서 대의원들의 표심을 모아줬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權전고문이 비슷한 행보를 할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權전고문과 가까운 김옥두(金玉斗)전 사무총장 역시 "내년 초 경선 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탤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權전고문과 李고문은 표면상 거리를 두고 있다.

동교동계 관계자는 "시비를 우려해 權전고문은 꽤 오랫동안 李고문을 만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모 전직의원 등 3~4명이 둘 사이를 오간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직접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李.權 연대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동교동 구파의 한 의원은 "전체 대의원 중 약 65%가 호남 출신이며, 이중 절반 정도가 權전고문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총재직을 떠난 이상 權전고문의 지지가 '김심(金心.金대통령의 마음)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주장도 만만찮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權전고문의 정치적 행보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뜻이며, 동교동 구파의 영향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9천여명인 대의원 숫자가 크게 늘어날 경우 權전고문의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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