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노총의 외자유치 동참 환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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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노총의 변신 노력이 눈에 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어제 KOTRA의 투자유치 전담기구 회의에 참석해 "외국인 투자유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노동계의 대표급 인사가 외국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면서 바람직한 변화다.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강성노조' 이미지는 외국 기업의 대(對)한국 투자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돼왔다. 고소득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나타난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인상 요구와 불법 파업은 기업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등지게 했고, 한국의 국제신용도를 추락시키고 경제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바뀌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인상과 희망을 줄 게 틀림없다. 실제로 한국노총 이화수 경기도 의장은 손학규 경기지사와 함께 미국과 일본 등을 방문, 외국인 투자를 적잖이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 이 위원장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강성 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여당이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미루겠다고 하는데도 26일 시한부 총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파업이 미칠 영향이 어떠할지, 지금이 과연 파업을 할 때인지 다시 한번 재고해주길 바란다.

이제는 노동계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여건이 달라진 만큼 노동계도 바뀌어야 한다. 세계 경제는 호황을 구가하는데 유일하게 한국만 죽을 쑤는 데는 정부.기업 못지않게 노동계에도 책임이 있다.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계의 변신이 필수적이다. 이 위원장의 노력이 한국의 노사관계가 합리적이고 생산적이며 상생의 길로 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