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내 반대파가 金전차장 '찍어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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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 수사기록에 감춰져 있던 국정원 관계자들의 정현준(鄭炫埈).진승현(陳承鉉)씨 정.관계 로비 연루 의혹이 뒤늦게 밖으로 터져나오면서 거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정원 간부들이 잇따라 옷을 벗었고,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정치권으로부터 총장 퇴진 압력을 받는 등 조직 전체가 홍역을 앓고 있다.

국정원 의혹은 왜 불거졌을까.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핵심세력으로 등장한 김은성(金銀星)전 차장과 반대파 사이의 갈등과 파워게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싸움은 지난 3월 신건(辛建)원장의 취임 직후 본격화했으며 한때 辛원장이 金차장 경질을 검토했으나 정치권 실세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소문도 검찰과 경찰의 정보분야에서도 나오고 있다.

◇ 내부 갈등=지난 2월 하순 서울 모 호텔에서 金전차장과 전직 국정원 직원으로 陳씨의 로비스트였던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 간에 충돌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陳씨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 외에 구체적인 이유와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金전차장은 "金씨가 국정원측이 陳씨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다녀 경고했다"고 해명했다.

金씨의 진정으로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정성홍(丁聖弘)경제과장은 감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고,국정원 수뇌부는 金전차장과 丁전과장 등에 대한 징계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金전차장 등이 강하게 반발해 무산되고 오히려 감찰조사를 주도한 간부 L씨가 지방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는 것.

그후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10월 金전차장의 측근인 김형윤(金亨允)전 경제단장이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에게 5천5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金전단장은 간부들이 더 큰 비리를 감추기 위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金전단장이 구속된 뒤 金전차장과 金씨간의 충돌사태가 외부로 공개됐고 金전차장의 1천만원 수수 의혹까지 터져나왔다.

이를 두고 金전단장을 옹호하는 국정원 내 세력들이 金전차장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같은 검찰의 '보안사항'을 외부에 흘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金전차장과 함께 사직한 丁전과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국정원의 고위 간부 두명이 金전차장과 나를 제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사건"이라고 주장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 왜 불거졌나=金전차장과 반대파가 갈등을 빚은 이유를 정권 말기 파워게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김홍일(金弘一)의원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丁전과장이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제거하려는 고위 간부를 金의원에게 연결해준 것이 J씨인데 내가 金의원에게 'J씨를 만나지 말라'고 충고했었다"며 "J씨가 이 사실을 알고 그 간부를 통해 앙갚음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또한 두 세력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서로의 비리를 흘리는 폭로전을 전개했다는 해석도 있다.

또 金전차장.丁전과장과 모종의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金재환씨가 자신의 구명운동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경고성 메시지로 丁전과장에게 4천만원 부분을 검찰에서 진술했으며 이 사실을 반대파가 외부에 흘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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