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양성소' 탈레반 초등학교 재교육 문제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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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메드는 칼을 들고 지하드(성전)에 동참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파슈툰어 교과서 첫 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탈레반 전사'로 길러진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보통 학생'으로 되돌리기 위한 재교육 문제가 아프가니스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996년 탈레반은 정권을 장악하면서 학교교육을 전면 개편했다. 8세 이상 여학생들의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음악교육을 전면 폐지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마드레사'라는 종교 교육기관을 설치해 코란과 이슬람 역사.문화 등과 함께 실제 전투에 대비한 정신무장 교육을 실시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지난 5년간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탈레반 전사로 양성해온 탈레반 정권의 교육실태를 고발했다.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가장 먼저 배운 단어는 '칼'과 '지하드'.

카불시민들은 "학생들은 하루 일곱시간씩 코란과 이슬람 사상.전투교육을 받으며, 인간이 아닌 전사로 길러졌다"고 증언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탈레반의 특수한 교육정책으로 아프가니스탄은 15세 미만의 소년병사들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마드레사에서 자라난 아이들을 평범한 학생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칼리시니코프 소총''폭탄''칼' 등 호전적 단어로 점철된 탈레반 교과서를 개편함으로써 아이들을 지난 5년간의 악몽에서 구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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