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상 노는 계획시설 2002년부터 매수청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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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0년 이상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토지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매수청구제가 시행 2개월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시와 일선 구는 총 15조원에 달하는 보상액의 예산 확보는커녕 기본 대책조차 내놓은 게 없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시설은 공원.도로.학교.공공청사 등을 짓기 위해 지자체가 미리 지정해 놓은 땅으로 건물 증개축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현재 서울시내에 10년 이상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은 총 99.23㎢로 시 전체면적(6백 5.52㎢)의 16.4%에 해당한다. 보상액도 14조7백76억원으로 시 1년 예산의 1.2배에 달한다.

결국 예산안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 소유주들이 한꺼번에 매수청구를 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자신의 땅이 15년째 도로 용지로 묶여 있다는 주민 金모(45)씨는 "도로가 생기지도 않을 곳을 지정해 십수년간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다"며 "매수청구제가 시행되는 대로 보상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서울시는 느긋한 입장이다. 현행법상 매수청구 후 매수여부 결정은 2년 이내에, 보상금은 추후 2년이내 지급토록 되어있어 4년의 시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시는 올해 안에 도시계획시설 재정비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부 재정여건이 어려운 구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장기 미집행 시설에 대해 매입 대신 시설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공원이나 녹지 예정지에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등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원이나 녹지 예정지의 경우 현재도 건물이 있는 데다 신축하더라도 3층 이하로 제한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소요 예산을 연차적으로 확보해 재정여건이 열악한 구에 보상비 일부를 보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매수청구제=1999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놓고도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땅에 대해 토지 소유자가 지자체에 이땅을 사줄 것을 요청하는 제도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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