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의료의 맥] 동인당한방병원 김관호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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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지난달 6일 경남 진주시 외곽에 자리잡은 장생 도라지 연구개발실.

한국화학연구소 김영섭 박사, 진주 전문대 식품영양학과 정영철 교수, 조선대 약대 정혜광 박사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10여명의 '두뇌'가 속속 모여들었다. 도라지 연구 협력을 위해 만난 지 올해 6년째. 이들은 이곳에서 3개월에 한번씩 머리를 맞대고 진행 중인 도라지 연구내용을 점검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이 모임에 유일하게 한의사로 참석하는 서울 동인당한방병원 김관호(40.사진) 원장. 대학시절부터 약초에 흥미를 느껴 본초학회라는 서클 활동에 참여, 전국 산하를 누비고 다녔다. 지금도 새로운 약초가 있으면 달려가 직접 먹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1992년부터 5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약용 식물 성분에 대한 분석 기법을 배운 것도 약초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박호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이 당시 그의 박사학위 지도 교수.

그가 장생 도라지에 흠뻑 빠진 것은 6년여 전 본초학 강의를 나갔다가 20년 가까이 된 '아이 팔뚝만한 도라지'를 우연히 보게 된 게 계기가 됐다. '도라지 수명은 3년이 고작'이라고 생각했던 그를 놀라게 한 것.

이를 계기로 그는 국내 유일의 도라지 농원을 경영하는 이성호 원장을 만났고, 지리산 자락의 황토밭에서 3년마다 옮겨심는 방법으로 장생 도라지를 키운다는 사실을 알고 무릎을 쳤다(91년 재배방법 특허 등록).

"도라지는 한약 처방에 감초 다음으로 많이 쓰는 약재지요. 동의보감에만도 2백70여종 처방에 들어갑니다. 보통 약재로 2, 3년짜리를 쓰는데 20년 이상 된 것이 나왔으니 흥분되지 않겠어요."

그는 이렇게 1996년 장생 도라지 연구모임에 자연스럽게 합류했고,임상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도라지를 적극적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약성은 일반 도라지의 3~4배며 호흡기 질환은 물론 암환자의 면역 활성과 통증 억제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이 모임에서 그동안 발표한 논문은 10여종. 또 4건의 특허도 취득했다. 면역세포 증강 및 통증 해소, 콜레스테롤 저하와 혈당 강하 작용, 항균 효과와 암세포 접착 저해 기능 등의 효과를 밝혀냈다는 것.

"20년 이상된 도라지에는 인삼에 많은 사포닌이 18종이나 들어있고,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이눌린 성분도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또 통증 억제 효과도 아스피린보다 강합니다. 신약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거죠."

그는 올 1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기술연구소의 세포생리학자 로버트 도울링과 함께 대체 의학에 대한 저서를 공동 출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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