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합류 이운재 “내 목표는 최하 16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축구대표팀의 김현태 골키퍼 코치는 “월드컵 같은 큰 경기에서 골키퍼는 팀전력의 50% 이상”이라고 강조한다. 허정무팀에서 골문을 지키는 중책은 베테랑 이운재(37·수원)의 몫이다. 그런 이운재가 경기력 논란으로 최근 홍역을 치렀다. K-리그 9경기에서 18골을 내줬다. 지난달 FC 서울과의 라이벌전에서는 8분 만에 세 골을 먹었다. 실점이 골키퍼 혼자의 책임은 아니지만 대표팀 넘버원 골키퍼란 신뢰에 금이 가기엔 충분했다.

소속팀 경기일정을 마친 이운재가 12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훈련센터에 합류했다. 전날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2-0 무실점 승리를 지켜낸 뒤 기분 좋게 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대표팀 합류 첫날,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에 그는 “말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런 말들은 사라질 것이다. 팬들의 애정 어린 질타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프로 13년차 이운재가 넘은 고비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07년 아시안컵 음주파동의 주역으로 대표팀 출전정지처분까지 받았다. 당시도 눈물로 사과했을 뿐 변명은 없었다. 이듬해 이를 악물고 동계훈련을 했다. K-리그 전 경기에 나서 방어율 0.92를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한 수원의 MVP는 그의 차지였다.

혹독한 조련사 김현태 코치는 오매불망 이운재의 ‘입소’만 기다렸다. “누가 뭐래도 주전 골키퍼는 이운재다. 훈련을 시켜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생각하겠다”고 벼른다. 김 코치는 “소속팀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중은 다소 빠져 있다. 다면 근력운동이 부족했는지 근육이 줄고 체지방이 늘어나 있다”고 말했다. 이운재는 근력운동과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대표팀 생활을 시작했다.

A매치 129경기에 출전한 이운재는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한국기록(135경기)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4, 2002, 2006년 월드컵에 이어 네 번째 월드컵을 맞이한다. 황선홍·홍명보에 이은 대기록이다. 이운재는 “출전횟수보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게 중요하다”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염원했다.

그는 “감이 좋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가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16강 진출이 어렵다고 말을 하지만 내 목표는 최하 16강이다. 프로선수는 1등을 향해 달려야 한다. 여기 모인 선수들은 국내 최고다. 남아공에서 일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