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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공익 연계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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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착한 마케팅의 대표 주자 … 공익 연계 마케팅

영국 런던에서 유명 축구 스타들이 나이키의 ‘레드 캠페인’ 참여 선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 중 축구에 빨간 끈을 매기로 했다(위). 록그룹 U2의 리드싱어 보노가 200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레드 카드를 들고 ‘레드 캠페인’ 출범을 알리고 있다(아래). [중앙포토]

지금까지 보통 기업들이 사회 공헌을 할 때는 임직원들이 나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특정 후원기관에 돈을 뭉텅이로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공익 연계 마케팅은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사면 기업이 그 물건의 판매수익 일부를 기부금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에요. 자선금을 마련하는 좋은 일도 하면서 기업의 상품 판매도 촉진하는 일석이조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죠.

고객들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소비재 회사, 항공사, 금융서비스사, 정보통신회사 같은 곳들이 이런 마케팅을 펼 때 그 효과가 더욱 크다고 합니다. 1980년대 초 미국 카드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비영리기구와 손잡고 펼친 ‘자유의 여신상’ 복구 지원 캠페인을 그 시작으로 봅니다. 당시 소비자들이 취지에 적극 호응해 아멕스 카드를 열심히 써 주면서 170만 달러의 복구 지원금이 모였고, 아멕스 고객도 27% 늘었답니다. 해외에선 80년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런 마케팅 수단을 적용한 제품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엔 해당 로고를 붙인 제품이 팔릴 때마다 일정 수익을 기부하는 방식, 친환경 제품 하나를 팔 때마다 같은 제품을 난민촌 등에 기증하는 방식, 고객이 이용한 마일리지를 기부하는 방식, 자원봉사를 한 고객에게 방 값을 깎아 주는 방식 등 자신들만의 고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한 갖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익 연계 마케팅 해외 사례

그럼, 어떤 공익 연계 마케팅 사례가 있는지 해외를 중심으로 살펴볼까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일랜드의 세계적 록그룹 U2의 리드싱어 보노가 2006년 출범시킨 ‘레드(Red)’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을 위해 특별히 만든 빨간색 제품을 팔아 그 수익금 중 일부를 아프리카 에이즈 예방 캠페인 같은 좋은 일을 하는 데 쓰는 것이죠. 세계적 기업과 유명 인사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6월 시작되는 남아공 월드컵 경기에선 유명 축구선수들이 빨간색 끈을 맨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첼시), 안드레이 아르샤빈(러시아·아스널), 조 콜(영국·첼시), 마르코 마테라치(이탈리아·인터밀란) 같은 세계적 스타들이 빨간색 축구화 끈을 매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죠.

나이키 말고도 애플·모토로라·마이크로소프트·갭·아르마니·아메리칸익스프레스·스타벅스 등 수많은 기업이 레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레드를 알리는 데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TV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 인사들도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금액은 약 1억3000만 달러라고 하네요.

핑크 리본을 단 예쁜 제품을 특별히 만들어 이 제품이 팔릴 때마다 유방암 예방과 연구재단에 기부하는 ‘핑크 리본’ 캠페인도 유명합니다. 최근엔 ‘블루 리본’ 캠페인도 생겼답니다. 남성용 액세서리나 옷 등을 파는 명품 업체들이 상당수 지원에 나섰습니다. 블루 리본을 제품 디자인에 넣은 물건이 팔릴 때마다 전립선암 예방 활동을 위해 기금을 지원합니다.

생활용품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 P&G는 4년째 유니세프와 공익 연계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발 브랜드 ‘톰즈’는 온라인에서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고 있어요. 지난해 15만 켤레를 기증했고, 2012년까지 100만 켤레를 기증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업들이 공익 연계 마케팅을 벌이는 이유

기업들은 왜 이런 공익 연계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미국 트렌드 조사 전문기관 ‘트렌드워치’는 기부 마케팅의 확산 이유로 ‘G세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습니다. G세대란 관대함·나눔을 뜻하는 ‘generosity’의 첫 글자를 딴 세대예요. 같은 물건이라면 기부나 나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해외에선 활발했던 공익 연계 마케팅이 국내에선 왜 그동안 별로 없었을까요.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듭니다. 먼저 외국에선 자선·기부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에 정부가 지원을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이들이 기업 마케팅과 연계시키는 아이디어를 적극 개발했다는 설명입니다. 또 국내에선 비영리기구가 상대적으로 영세해 기업이 함께 일을 하기 꺼려 왔다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와 해외에서 공익 연계 마케팅을 보는 소비자의 인식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선 기업을 고깝지 않게 보는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습니다. 마케팅과 사회 공헌을 함께하면 ‘그게 무슨 사회 공헌이야, 돈 벌려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양한 해외 사례를 보면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물건만 사는 것으로 간편하게 나눔을 할 수 있고, 기업은 제품 소비도 늘리면서 기부도 많이 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닐까요. 물론 기업들은 좋은 제품, 알찬 제품을 개발해 공익 연계 마케팅을 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합니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제품 판매를 늘리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를 지원받아 쓰는 비영리단체도 기업에서 받은 지원금을 투명하게 집행해야겠죠.

최지영 기자

◆도움말 주신 분=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 교수, 이한준 한양대 경영학 교수,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윤보애 굿네이버스 나눔사업본부 간사, 임태형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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