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웨딩 마치를 올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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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계절의 여왕인 5월엔 결혼식도 줄을 잇는다. 결혼을 앞둔 여성은 이왕이면 ‘5월의 신부’가 되길 희망한다.

“두 사람은 다음 주 토요일 웨딩 마치를 올린다”에서와 같이 ‘결혼을 하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흔히 ‘웨딩 마치를 올린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는 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마치(march)’는 행진곡을 뜻한다. ‘웨딩 마치’는 결혼행진곡을 의미하므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울리는’ 것이 맞다. ‘올리다’가 ‘의식이나 예식을 거행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결혼식을 올리다”와 같이 쓰이기 때문에 ‘웨딩 마치’ 역시 ‘올리다’와 함께 어울린다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결혼식은 올리고, 웨딩 마치는 울리는 것이란 사실을 기억하자.

이와 비슷하게 ‘승전보를 올리다/울리다’ ‘승전고를 올리다/울리다’ 역시 헷갈리기 쉬우나 ‘승전보’와 ‘승전고’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승전보(勝戰譜)’는 싸움에서 이긴 경과를 적은 기록을 의미하므로 ‘올리다’(기록을 올리다), ‘승전고(勝戰鼓)’는 싸움에서 이겼을 때 울리는 북을 가리키므로 ‘울리다’(북을 울리다)와 결합해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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