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로비연루 의혹 검찰 전면 재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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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가정보원 정성홍 전 경제과장이 진승현(陳承鉉)씨의 로비스트인 金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으로부터 4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새로 드러나는 등 국정원 관계자들의 금융비리 사건 연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鄭씨 등 국정원 관계자들의 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지난해 12월 陳씨의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재환씨가 '11월에 국정원 후배인 鄭과장에게 4천만원을 빌려주고 민주당 金모 의원에게 5천만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鄭씨 건은 金씨가 陳씨 허락 없이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줬다고 밝혔고 金모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鄭과장 등에 대한 金씨의 진술을 재검토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출신인 金씨는 陳씨로부터 받은 구명자금 12억5천만원 중 4억여원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가 지난 1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鄭과장으로부터 4천만원을 돌려받았다며 陳씨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金씨는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하지만 돈이 전달된 시점과 두 사람의 관계에 비추어 언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鄭씨는 또 金씨가 풀려난 뒤 金씨와 심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陳씨 사건 처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金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 후 잠적해 이같은 의혹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鄭과장의 직속상관이었던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과 陳씨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충분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金전차장은 陳씨의 로비스트 金씨와 함께 지난해 9월 서울지검이 陳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자 대검 고위간부들을 방문, 수사상황을 질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金전차장은 "사위를 삼으려고 했는데 검찰 내사를 받는다고 해서 사윗감으로 적당한지 알아봤던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15일 陳씨 가족들은 "金전차장 딸과 혼담이 오갔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또 金전차장은 이날 모 언론 보도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金씨를 폭행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다.陳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金전차장이 지난해 9월 대검을 찾아간 것은 선처 부탁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사윗감을 위해 대검까지 찾아간다는 것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본지 취재팀은 15일 국정원 공보관실을 통해 金전차장.鄭과장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안된다"는 답변뿐이었다.

김원배.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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