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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과욕 경계' 달라진 DJ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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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일 광주를 방문해 지역인사 2백5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소회와 잔여 임기동안 국정에 임하는 자세를 언급했다. 변화된 모습을 확실히 부각하려는 듯했다.

金대통령은 "변함없이 성원해 주고 충고해 주신 여러분께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치적 고향'을 찾은 심경을 밝혔다.

金대통령은 "총재직 사퇴는 민주당이 싫어서도, 당에 대한 책임감을 소홀히 생각해서도 아니다"면서 "당 동지들로 하여금 스스로 일어서서 당을 이끌어 나가도록 하기 위해, 또 나는 어차피 물러날 사람이기 때문에 기회를 빨리 주는 게 (민주당 스스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문제를 풀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홀로서기를 주문한 것이다.

이어 金대통령은 "세계 3대 시장이 위축되고 구매력이 줄어들어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두가지를 한꺼번에 하기에는 벅차고 잘못하다가는 둘 다 못할 가능성이 있어 임기동안 국정에 전력을 다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정보고를 받으면서도 金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소임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마무리론'을 내세웠다. 金대통령은 "정권은 임기가 있지만 국가엔 임기가 없다"는 말로 비장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지금까지 한 일을 마무리해 다음 정권에 부담이 되지 않고 힘이 되게 국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개혁 마무리론'이 나올 때마다 '개혁지속론'을 내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다 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그었다.

金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은 최근 청와대 수석회의와 국무회의에서의 발언과 군.경찰 수뇌부 인사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13일 박지원(朴智元)전 정책기획수석의 후임에 한덕수(韓悳洙)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표부 대사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인이 아닌 전문 관료를 선임수석인 정책기획수석에 기용한 것은 청와대 보좌진의 '탈(脫)정치화'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9월 이후 이상주(李相周)비서실장 등 비정치인 전문가들로 교체되기 시작한 청와대 비서실에 金대통령의 측근 정치권 인사는 모두 빠졌다.

광주=김진국 기자

*** 한덕수 정책수석은…

과천 경제부처에서 실력파로 알려진 통상전문 관료. 정치바람을 타지 않는 소신파 개방론자로 꼽힌다. 조용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 옛 상공부 과장 시절 휴직하고 1년 만에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냈다.

1998년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에 기용됐다가 지난해 말 OECD 대사로 옮겼다. 부인 최아영(53)씨.

▶전북 전주(52)▶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행정고시 8회(70년)▶특허청장▶통상산업부 차관▶통상교섭본부장▶주OECD 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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