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관계자 "북에 줄 새 제안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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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관계자가 한.미 관계와 남북대화에 대해 전례 없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23일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과 한 간담회에서다. 이 간담회는 국무부 관계자가 자청했다. 따라서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다음은 국무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북한의 핵 보유 시도엔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고, 국무부는'한.미 고위 당국자 간 논의할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설의 특정 대목에 대해 논평하진 않겠다. 넓은 의미에서 매우 좋은 연설이었다.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의 틀이고, 미국과 공조해 해결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 한.미 간 이견은 없다. 이른 시일 안에 북한을 6자회담에 다시 참석시키기 위한 방안을 한.중.일과 협의할 것이다. "

-미국이 대북 문제에 좀더 유연성을 보이라는 주문이 있다.

"3차 회담 때 미국은 많은 제안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 내 선거 등)여러 가지 이유로 더 이상 대화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이제 북한은 회담으로 돌아가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했으면 한다. 그동안의 냉전적 틀을 깨고 한반도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북.미 간의 문제뿐 아니라 아시아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한.중.일은 북한과 다양한 양자대화를 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칠레 정상회담 이후 한국 정부는 6자회담 추진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개성공단 추진 등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고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 6자회담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된다. 노 대통령도 일단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문으로 들어서면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핵은 글로벌한 문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정말 위험한 세상이 된다. 북한에 대한 신뢰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뤄져야(address) 한다."

- 북한에 다른 유인책을 제공할 것인가.

"3차 회담의 미국 측 제안에 대해 북한 측도 놀랐다고 한다. 새 제안들을 내놓기보다는 (기존안을 놓고) 협상해야 한다. 북한이 말하는 '동결(freeze)'이 어떻게 '종식(end)'으로 이어질지, 그 대상에 영변 원자로 핵물질뿐 아니라 1992년 이전 핵물질과 농축 우라늄도 포함되는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등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이다."

-북핵 사태가 부시 행정부에 얼마나 우선적 과제인가.

"매우 시급한 과제다. 북핵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뭐가 적대정책인지 알 수가 없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을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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