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휴대전화 커닝] 영장 실질심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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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했다. 모든 것은 내 책임인 만큼 다른 학생들은 선처해 달라."

'수능시험 휴대전화 커닝 사건'의 주동 학생 6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4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101호 법정.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 초췌한 얼굴로 법정에 들어선 K고 3학년 한모(19)군이 자신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이창한 영장전담 판사 앞에서 이처럼 친구들에 대한'의리'를 과시했다. 자신이 친구들을 끌어들여 이뤄진 범행인 만큼 동료 학생들에게 구속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이 판사는 한군이 전국을 뒤흔든 수능 부정 사건에 대해 모든 짐을 짊어지겠다는 태도를 취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군은 K고에서 싸움을 잘해 이른바 '최고'라는 의미의 '짱'으로 통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이날 심사에서 중학생 때 폭력사건에 연루돼 경찰서를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판사는 곧이어 다른 학생들을 향해 "같이 범행을 했는데, 누구는 구속되고 누구는 불구속돼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범행 때 역할분담은 똑같았다. 똑같이 나눠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역시 '돈독한 우정'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한결같이 "중학교 동창생들끼리 일을 벌였을 뿐 이번 범행에 학생이 아닌 사람은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공부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이른바 '일진회'가 이번 범행에 개입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끝까지 부인했다.

광주=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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