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특별대책위 출범과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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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이 11일 내분사태를 수습할 특별대책위를 띄웠다. 내년 전당대회 시기와 대의원 수 등을 논의할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위원장 趙世衡고문)인선을 끝냈다.

趙위원장은 "공정하게 당내의 모든 의견을 수렴해 당 쇄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광옥(韓光玉)대표는 특위 위원으로 15명을 지명했다. 서울 5명,경기.인천 3명 등 수도권이 절반을 넘고 동교동계와 차기 후보군과 특별히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을 모두 배제했다. 당 고위관계자는 "각 계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위 구성을 놓고 당내에선 물밑 신경전이 치열했다. 韓대표 등은 '김영배(金令培)위원장-김민석(金民錫)간사 체제'를 타진했으나 김원기(金元基).정대철(鄭大哲).김근태 고문 등이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김영배 의원이 동교동계 구파인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나 특정 예비후보와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특위 구성을 놓고 동교동계 구파와 중도개혁포럼이 한 축을 이루고, 동교동계 신파인 한화갑 고문과 쇄신파인 김근태.정동영(鄭東泳)고문이 다른 한 축을 이뤄 힘겨루기를 벌였다는 얘기다.

韓대표는 타협안으로 趙위원장을 지명하고 임채정(林采正).박인상(朴仁相).천정배(千正培)의원 등 쇄신파 대표들을 위원에 포함했다. 이 때문인지 당내의 차기주자들 진영에서는 "특별한 불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특위에선 차기 후보군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전대 시기 ▶차기후보 결정시기 ▶당권.대권 분리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게 된다. 아무리 중립적인 인사를 선정했다고 하나 위원 개개인들의 편향성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특위가 중도개혁포럼과 쇄신파들의 한판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원 중에는 김민석(金民錫)간사와 김명섭(金明燮)전 사무총장 등 7명이 중도개혁포럼에서 활동 중이다. 이 모임은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인 정균환(鄭均桓)의원이 주도하고 韓대표의 영향력도 작지 않다.

이들은 "내년 3~4월에 총재와 후보를 한꺼번에 뽑자"며 이인제 고문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김경재(金景梓).송영길(宋永吉).이규정(李圭正)위원도 '지방선거 전 후보 가시화'를 선호한다.

유재건(柳在乾)위원은 "빨리 총재를 결정하되 후보는 지방선거 이전에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쇄신파인 임채정.천정배 위원은 그동안 '총재를 빨리 선출해 당 체제를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동교동계 신파인 한화갑 고문 등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특위는 출범했지만 앞으로 겪어야 할 풍파가 적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김종혁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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