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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 일 나고야 콘서트 현지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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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2천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큰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즐겨입는 검정색의 깃없는 셔츠와 연미복 차림의 히사이시 조(久石讓)는 허리 숙여 인사한 뒤 크게 심호흡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일본 나고야 아이치 아트센터 콘서트홀.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대중음악 프로듀서.피아노 연주자인 히사이시 조의 공연이 시작됐다. 2001년 일본 전국 투어의 첫 공연이었다.

전국 투어는 12월 7일 도쿄까지 일본 주요 6개 도시를 돌며 계속되는데, 오는 8일에는 같은 프로그램으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오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751-9606~9610.

객석에는 20.30대가 많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원령공주''이웃의 토토로'등 그가 아름다운 음악을 입힌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이들에게 히사이시의 음악은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다감한 것이리라. 청년층은 물론 넥타이를 맨 중년, 초등학생, 나이 지긋한 노인들까지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해 일본의 '국민 작곡가'로서 그가 받는 사랑을 짐작케 했다.

첫 연주곡은 지난 여름 일본에서 개봉돼 1천4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미야자키 감독의 최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삽입곡 '어느 여름날'.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연결하는 히사이시 음악의 원숙함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이날 공연은 서른두살의 젊은 지휘자 사이토 이치로(薺藤一郞)가 지휘하는 센트럴 아이치 필하모니가 협연했는데,서울 공연에서는 일본 정상급 연주자로 활동 중인 재일동포 김홍재씨가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센과…'삽입곡들에 이어 '블랙 월'등 영화 '쿼텟'의 삽입곡 세곡이 이어졌다. '쿼텟'은 히사이시가 처음 메가폰을 잡아 지난달 개봉한 본격 음악 영화다. 이어 1998년 나가노 겨울 장애인 올림픽 주제곡 '아시안 드림송', 그의 또다른 단짝 기타노 다케시(北野武)감독의 영화 '브라더'의 삽입곡들이 연주됐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점으로 불리는 '원령공주'의 주제곡. 히사이시 역시 어떤 곡보다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이었으며 관객의 박수도 가장 컸다.

공연이 끝난 뒤 분장실에서 만난 히사이시는 흥분된 모습이었다.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긴장된다"는 그는 "서울에서 북한 국적인 김홍재씨가 지휘하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일본인인 내가 공연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주제곡을 만드는 일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작업이지만 애니메이션 주제곡의 경우 좀 더 감정을 많이 집어넣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있지만 비밀!"이라며 활짝 웃었다.

나고야=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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