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말 바루기 100. 띠다 / 띄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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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쓰는 말들이 너무 거칠다. 지나가다 들어보면 아이들의 입에서도 욕설이 예사로 나온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다.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막말이 오간다. 막말의 대상에도 제한이 없다.

이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불필요하게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국정의 미비점을 제대로 지적한 몇몇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사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런 정치인이 돋보일 만큼 우리 정치가 제 궤도에서 벗어나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예를 갖춰 대하면 상대방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법이다. 웃는 얼굴로 문제점은 철저하게 따져나가는 이성적인 정치를 보고 싶다.

웃는 얼굴 얘기가 나왔으니 흔히 헷갈리는 '미소를 띠다'와 '미소를 띄우다' 중 어느 것이 옳은지 알아보자.

'띠다'는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홍조를 띤 얼굴" "토론은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신문은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띄우다'는 주로 '뜨다'의 사동사로 쓰인다. 즉 '뜨게 하다'라는 뜻이다. "수정과에 잣을 띄우다" "강물에 배를 띄우다" "메주를 띄우다" "간격을 띄워서 앉아라" "두 칸을 띄운 다음 이름을 써라"처럼 쓴다. 미소의 경우는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뜨게 하다'란 의미를 지닌 '띄우다'를 쓰지 않고 '띠다'를 쓴다.

김형식 기자

◆ '새 우리말 바루기'지나간 기사는 중앙일보 홈페이지 '중앙라운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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