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춤 추다보면 영어가 외워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 서울 영어체험마을에서 23일 학생들이 미국인 교사에게 힙합 댄스를 배우면서 영어 구령을 익히고 있다. 안성식 기자

"One, two, three, four! lean back…and forth!"(하나, 둘, 셋, 넷! 뒤로 기대고…앞으로 숙이고!)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영어체험마을 내 스무평 남짓한 힙합 연습실. 서울 토성초등학교 6학년 학생 열명이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Turn…and pose!"(돌아서서 포즈를 취하세요!) 20년 이상 힙합 춤을 췄다는 트레니사(33) 선생님의 능숙한 지시에 따라 춤을 추던 아이들은 어느새 선생님의 구령을 고스란히 외워서 따라한다. 다음달 6일 개원을 앞둔 서울 영어체험마을이 22일 시범교육에 들어갔다. 지난 8월 문을 연 경기도 영어마을 안산캠프에 이어 전국 둘째이자 서울에서는 첫 영어마을이다.

서울 영어체험마을은 서울시가 80억원을 들여 옛 외환은행 연수원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4개 동의 건물에 기숙사.식당.체험교실 등 40여개의 체험학습 공간을 갖췄다. 경기도와 달리 입소 대상자를 초등학생으로 한정하고 여기에 맞춰 강의실을 줄인 대신 게임장.당구장.힙합교실 등 놀이 체험공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수업에 참가한 박초은(12.토성초 6)양은 "춤을 추다 보니 영어가 외워져 아주 신기해요. 연예인을 영어로 엔터테이너(entertainer)라고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원어민 교사 트레니사는 "춤을 추며 미국식 영어와 문화.패션을 함께 가르친다"며 "아이들이 긴장을 풀고 살아있는 영어를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과정의 목표"라고 말했다.

5박6일의 합숙 기간에 아이들은 교실 수업에서 몇 개의 문장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상황을 겪을 수 있도록 고안한 체험학습 공간에서 생생한 실용영어를 익히게 된다.

예를 들어 지하 1층 영화관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스낵바에서 간식을 고른 뒤 좌석안내도를 보고 좌석을 찾는 등 실제 미국 여느 도시의 극장에 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을 경험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생활영어를 배우고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고 극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관람 매너를 익히며 영화 장르와 관람등급 등 문화에 대해서도 배운다.

서울 영어체험마을 이경희(57.여) 사무총장은 "경험은 두려움을 없애는 최고의 특효약"이라며 "영어마을은 외국여행과 같은 체험효과로 영어에 자신감을 길러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체험마을은 다음달 25일까지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천한 초등학교 학생만 대상으로 운영하지만 내년 1월 3일부터는 겨울방학용 개별 프로그램을 개설해 일반 학생들을 받는다. 희망자는 자신의 학교가 속한 교육청에 배분된 날짜를 확인하고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참가비는 12만원이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학교장이 인정하는 학생들은 서울시에서 참가비 전액을 지원한다. 시는 앞으로 일반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영어마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말프로그램과 장기합숙 프로그램 등도 운영할 방침이다. 내년 개원을 목표로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 부지에 중학생을 위한 영어마을 건설도 추진 중이다.

김은하 기자 <insight@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