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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하나로 연 매출 1조원, 이익 6000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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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스타크래프트2가 드디어 나온다. 블리자드는 공전의 히트 게임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의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를 7월 27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신작 게임을 내놓을 때마다 최소 300만 장 이상 팔아치우는 세계 최고의 게임개발업체다. 스타는 1998년 출시 후 지금까지 1100만 장이 팔렸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긴다. ‘스타2’를 포함해 블리자드가 지금까지 내놓은 굵직한 게임은 모두 8개. 지금까지 7개 모두 대박이 났다. 과연 8연타석 홈런이 가능할까.

1편 ‘스타’ 12년간 1100만 장 판매

블리자드가 7월 27일 출시한다고 발표한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의 스크린샷.

지난달 15일 블리자드는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서 캐릭터들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천공의 군마(軍馬)’를 내놓았다. 가격은 25달러. 단 하루 만에 14만 명이 이 아이템을 샀다. 4월 말까지 판매량은 50만 개에 육박했다. 실생활에서 전혀 쓸모없는 온라인 말을 팔아 1200만 달러(150억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한 수 위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이 즐긴다는 WOW 하나만으로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업계의 지존이다.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영화 ‘아바타’의 총 수입인 18억 달러를 1년 반마다 벌어들이는 셈이다. 히트의 원동력은 첫째 완벽, 둘째 전율스러울 정도의 재미 추구, 셋째 사람에 대한 투자란 3대 키워드를 지킨 결과다.

“중요한 건 게임의 완성도다. 출시 시기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블리자드 직원이라면 누구나 입을 맞춘 듯이 하는 말이다. 내놓는 거의 모든 게임이 예정보다 6개월 이상 늦게 선보였다. 지난해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스타2도 다시 해를 넘겼다. 블리자드가 스타2 개발 소식을 처음 공개한 것은 2007년 5월.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야 결과를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스타 팬들에게는 지루한 기다림이었지만 덕분에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는 평가다. “재미있고 완벽한 게임이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마이크 모하임 최고경영자(CEO)의 장담대로다.

블리자드 직원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자리잡은 본사를 ‘캠퍼스’라고 부른다. 창립 당시 UC어바인의 벤처 건물에 세 들어 있다가 2008년 지금 위치로 옮겼다. 2만2000㎡의 부지에 자리잡은 3개 빌딩에서 1200명이 근무한다. 캠퍼스라는 이름만큼이나 자유로운 분위기다. 한국인 디자이너 김태연씨는 “어떤 조건을 줘도 다른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연속 히트작을 내놓은 토대가 됐다. 김씨는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 자리에서 둘러앉아 몇 시간씩 해결 방안을 토론한다. 더 좋은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자존심이나 생각을 접어두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게임에 대한 블리자드의 집착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모하임 CEO는 “개발 일정에 밀려 불만족스러운 게임을 무리하게 발매하기보다는 늦더라도 완벽한 게임을 내놓는 것이 사용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한다. 덕분에 블리자드의 게임은 완벽한 세계관과 줄거리를 갖고 있다. 94년 처음 독자 개발한 워크래프트는 드레노어 행성에 살던 오크족이 ‘어둠의 문’을 통해 인간이 사는 비옥한 아제로스 대륙을 침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편(95년)과 3편(2002년)을 거쳐 2004년 내놓은 WOW까지 즐기다보면 왜 오크가 아제로스로 왔는지, 어떻게 양 진영이 동맹을 구하는지 등을 알게 된다. 공통의 적도 서서히 드러난다. 수만 년 전 티탄과 고대 신들까지 얽혀 있는 방대한 스토리는 매니어들을 몇 년씩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더 놀라운 것은 WOW를 처음 출시할 때부터 이 같은 전개를 염두에 두고 필요한 구성 요소를 첫 편부터 모두 깔아놨다는 점이다. 늘 지나다니던 길에 있는 굳게 닫힌 성문이 열리면 새로운 던전이 생기는 식이다. 줄거리를 통해 ‘왜 싸우는지’를 알게 될수록 게임의 재미가 더 커지게 된다.

남대문·김치·한복도 게임에 등장

스타 시리즈는 테란·저그·프로토스 세 종족이 우주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전쟁을 소재로 했다. 스타2는 전작보다 조작이 쉬워져 컨트롤보다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평을 듣는다.

현지화에도 적극적이다. 롤플레잉 게임의 세계관과 규칙 자체가 유럽에서 시작됐다. 영어 기반의 용어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협지에서 소림사를 비롯한 구파일방이 등장하고 태극권·삼재검법 같은 무공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게임에서도 별 거부감 없이 프리스트(성직자)가 디스펠(마법무효화)을 쓰고 나이트(기사)가 차지블로우(속성 강타)를 날린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국내에서 WOW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람 이름이나 지역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글로 번역했다. 그 결과 WOW에서는 ‘파이어볼(fireball)과 아이스애로(icearrow)를 날리는 메이지(mage)’ 대신 ‘화염구와 얼음화살을 날리는 마법사’가 등장한다. ‘워송클랜(warsong clan)’ 같은 고유명사도 ‘전쟁노래부족’으로 번역했을 정도다. ‘스타’도 전작에서는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수준이었다. 속편에서는 아예 한국어로 번역했다. 이제는 스타포트(starport)에서 배틀크루저(battlecruiser)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주공항에서 전투순양함을 만들게 된다. 일부 사용자로부터 “전작과 같은 유닛의 이름이 달라지니 헷갈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하지만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던 화염구가 파이어볼보다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을 보면 혼란이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게임 안에서도 세계의 문화 양식을 많이 반영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타 시리즈는 예외지만 워크래프트는 이런 경향이 강하다. WOW에서 나이트엘프 종족은 건물이나 복장이 아시아 문화의 요소가 많다. 대도시 입구는 남대문처럼 생겼고 게임 속 상인은 김치와 한복도 판다. 가타나(일본도)를 손에 들고, 등에 깃발을 꽂고 싸우는 오크 종족은 누가 봐도 사무라이 냄새가 난다. 인간은 중세 유럽, 트롤 종족은 부두교를 믿는 카리브해 섬들을 모델로 했다. 모하임 CEO는 “유럽뿐 아니라 중국·한국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지사로부터도 많은 의견을 취합한다. 이를 개발 단계에 반영한 것이 세계적인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세계 최고 개발사로

블리자드는 91년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모하임이 앨런 애덤, 프랭크 피어스와 함께 실리콘앤시냅스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다. 초기에는 세가 같은 게임기용 게임을 주문받아 만들어주는 업체였다. 94년 시뮬레이션 게임인 ‘워크래프트’를 선보이며 주목받는 게임업체로 거듭났다. 인간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인 ‘얼라이언스’와 오크·트롤들이 모인 ‘호드’의 전쟁을 그렸다. 이어 디아블로(97년)·스타크래프트(98년)가 잇따라 히트하며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로 올라섰다.

모하임 CEO는 블리자드를 미국·유럽·아시아에 3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주역으로 꼽힌다. UCLA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워크래프트의 네트워크 프로그래머를 시작으로 주요 게임의 핵심 개발자로 참여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매출 11억9600만 달러(1조3600억원), 영업이익 5억5500만 달러(630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의 WOW 서비스 중지 때문에 2008년보다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다시 상승가도에 접어들 전망이다. 올 하반기 스타2에 이어 WOW의 세 번째 확장팩인 ‘대격변’을 출시한다. 또 ‘디아블로3’도 개발 중이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2000만 장 넘게 팔려 PC패키지 게임 판매기록을 갈아치운 블리자드 최고의 히트게임이다. 모하임 CEO는 “디아블로3는 부분적으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어 올해는 아니지만 머지않아 출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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