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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굴 2중 경매로 값하락 어민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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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농수산물 도매시장들의 수산물 경매제 강화로 생굴 가격이 폭락하자 통영굴수협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경남 통영굴수협에 따르면 서울 가락동 ·노량진 등 수산시장들이 지금까지 경매를 실시하지 않던 생굴을 지난달부터 경매로 거래하기 시작하자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통영 수협에서 경매된 굴이 또다시 서울서 경매를 거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 하락=통영굴수협의 굴 1㎏ 평균 위판가격이 지난해는 3천7백∼4천원이었으나 올해는 출하 초기인 이달 초에는 3천원 선에 형성되다가 요즘 들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통영의 중매인들이 서울가격을 감안해 낙찰 받기 때문에 본격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요즈음 서울의 낮은 경매가격이 산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통영 굴의 절반 정도가 서울지역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수협의 초매식 이후 굴 1㎏ 경락가격이 통영 산지가격보다 낮거나 물류 비용도 건지지 못하는 날이 열흘을 넘었다.

지난달 4일 통영 수협에서 ㎏당 4천8백원에 낙찰된 굴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4천원에 경락 됐다.지난 13일에도 통영서는 3천2백원이었으나 서울서는 3천7백80원으로 물류 비용을 건지지 못했다.굴 한 상자의 평균 물류 비용은 1천5백원 정도이다.

◇문제점=이중경매로 굴 가격이 떨어지자 굴 수협은 해양수산부 ·서울시 등에 굴을 경매 품목에서 빼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수협 관계자와 중매인들은 지난 22일 서울시 농수산물 유통공사를 방문,“산지 조합의 경매를 거친 굴은 종전처럼 수의매매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국 수산물 중도매인협회 통영굴수협지회 김상곤(金相坤)회장은 “서울로 오는 대부분 수산물은 생산자들이 보내지만 굴은 생산자들로부터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중매인들이 출하하는 것”이라며 “유통단계를 축소하려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金 회장은 또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32조 매매방법)에는 ‘다른 도매시장 또는 공판장에서 가격이 결정돼 바로 입하된 경우에는 수의매매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량진 ·가락동 도매시장은 수산물을 경매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혼잡을 빚고 있다.요즘 주차장을 임시로 경매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물량이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지역 중매인들이 굴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값을 정확하게 매기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영굴수협 성삼만(成三滿)유통판매과장은 “햇굴인 지 묵은 굴인 지조차 구분하지 못 하는 서울지역 중매인들이 많기 때문에 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입장=노량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지난해 말 모든 수산물에 대해 경매제를 도입하는 조례를 제정했다.지난 3월 미더덕 경매를 시작으로 7월에는 우렁쉥이 ·홍합을 포함하는 등 올해 말까지 모두 11종 수산물에 대해 경매제를 도입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농수산물에 대해 점차 경매제를 도입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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