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땐 역시 골드” 금값 뜀박질 … 달러도 동반 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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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불거진 유럽 재정위기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점점 확산시키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제 가치를 지키는 능력이 뛰어난 ‘최후의 안전자산’인 금으로 돈이 쏠리는 이유다.

◆공포가 밀어올린 금값=금융위기 이후 금값은 시장에 대한 비관을, 산업용 원자재인 원유와 구리 값은 낙관을 대변해 왔다. 경기가 좀 나아지는 조짐이 보이면 원유와 구리 값이 고개를 쳐들었고, 국지적인 불안이 터져나올 때면 어김없이 금값이 랠리를 벌였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금값은 온스당 1200달러를 넘어섰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선물(6월물) 가격은 13.1달러 오른 온스당 1210.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3일 사상 최고치(1227.5달러)를 기록한 이후 다섯 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현지 금융리서치 업체 텔레벤트DTN의 다린 뉴섬 분석가는 “공포가 금값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WTI)는 배럴당 75.11달러를 기록하며 3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배럴당 11달러(12.8%)가 하락한 것이다.

위기 때면 금값과 함께 달러도 동반 강세를 보인다는 게 특징이다. 평소에는 달러 가치가 오르면 금값은 약세, 반대로 달러가 내리면 금값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동시에 오른다. 기축통화인 달러 역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이후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의 향방은 유럽 위기가 어떻게 봉합되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쪽에선 금값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호주의 헤지펀드 H3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내년 금값이 온스당 1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빠르게 오른 만큼 향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연초 국제통화기금(IMF)이 대규모 금 매각 계획을 밝힌 것도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이란 예상이다. 동양종금증권 조성배 연구원은 “최근의 급등세는 쏠림 현상에서 빚어졌으므로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다만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슬슬 나오기 시작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금값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돈=금이 최고의 안전자산이라면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6~7일 이틀 새 2조2000억원가량을 판 것도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을 늘린 결과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나, 들고 있는 종목의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이전에 일단 주식 비중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은 오히려 사들였다. 7일 2800억원 등 이달 들어서만 1조원이 넘는 상장 채권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채권시장에도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한수 국제금융실장은 “그리스 외에 스페인 등 다른 나라로까지 문제가 확산될 경우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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