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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제임스 호튼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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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 코닝그룹의 경영은 5대째 창업주 가족들이 맡고 있다. 그러나 코닝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가업인 전구 유리사업까지 접었다.

국내의 합작기업과 협력안을 찾기 위해 지난주 한국에 온 제임스 호튼(68.사진)회장은 본지와의 단독 회견에서 "기업은 전통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다"며 "코닝이 전통에 얽매였으면 이미 퇴출됐을 것"이라고 '기업의 변화'를 강조했다. 호튼 회장은 또 엄격하게 최고경영자를 평가하는 미국의 풍토에서 가족이 대를 이어 회장직을 맡아온 것도 꼭 '핏줄'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라 해도 경영능력이 탁월해야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몇년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2세가 경영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말하자 주저없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호튼 회장은 1996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가 2001년 이사회의 요구로 회장직에 복귀했다. 코닝은 포드와 함께 미국에서 가족이 대물림 경영을 하는 회사 중 하나다.

코닝은 89년 회사 이름을 '코닝유리'에서 '코닝그룹'으로 바꿨다. 이때 창업(1851년)부터 이어져온 간판사업을 정리했다. 그릇과 전구유리의 사업부문을 완전히 매각한 것이다.

호튼 회장은 "소비재 부문은 첨단기술로 무장하려던 우리 회사의 목표와 거리가 있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코닝은 현재 ▶광통신소재▶환경기술▶생명과학▶특수소재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최소한 20~30여년 앞을 내다보고 연구개발(R&D)을 한다"며 "매년 매출의 10%를 들여도 100여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 정도가 사업화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코닝의 새 주력사업인 LCD유리는 80년대부터 개발에 손을 댄 것이다. 호튼 회장은 "지금은 최소 10년 후를 내다보고 연료전지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인류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혁신 기술'이 우리 연구개발의 목표"라고 말했다.

코닝은 세계 최초로 ▶에디슨의 전구 유리▶흑백 및 컬러 TV용 유리▶ 광섬유 소재 등을 개발했다.

코닝은 매년 매출의 2~3%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호튼 회장은 이와 관련해 "기업이 나무라면 나무를 지탱하는 흙은 바로 사회"라며 "흙이 썩으면 나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닝은 국내 합작법인인 삼성코닝과 TV 브라운관용 유리를, 삼성코닝정밀에선 액정화면(LCD)용 유리를 합작생산하고 있다. 호튼 회장은 특히 "최근 코닝과 삼성 직원들이 별도 팀을 만들어 새로운 협력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영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머지않아 LCD 공급 과잉이 빚어질 것이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전 세계 TV의 3%만 LCD TV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흑백 TV가 컬러 TV로 바뀌었듯 이제 TV시장은 LCD TV가 장악할 것"이라며 "앞으로 10여년 동안은 LCD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주연 기자

◆ 호튼 회장은=하버드대에서 학부와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한 뒤 켄터키주 코닝 공장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다. 20여명의 노동자와 함께 일하던 그 시절을 그는 "하루에 8시간만 일했기 때문에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했다. 71년 국제 업무담당 부사장에 오르며 삼성과의 합작사업을 성사시켰다. 83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93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전 세계 직원에게서 쾌유를 비는 편지를 받은 것이 회장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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