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징계 여당이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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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에 참가했던 대구시의 한 공무원이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시청회의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36명이 이날 징계위원회 절차를 거쳤다. 대구=조문규 기자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22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파업사태와 관련, "대량 징계.구속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의 인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당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파업사태를 일으킨 주동자는 가려내되, (주동자 중에서) 스스로 출두해 조사에 협력하는 사람들은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전공노 파업사태 이후 여권에서 처음 나온 유화적인 발언이다.

현재 정부는 주동자에 대해선 파면.해임 등 중징계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각 지자체에선 해당 공무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여는 등 징계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그런 가운데 이 의장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회의 후 이 의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는 그런 (강경)기조를 보인다 해도,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당에선 정부에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의장이 얼마 전까지 당정 간에 확실한 지침이 생기기 전까진 전공노에 대해 관용을 베풀라는 얘기는 아예 하지 말라고 했다"며 "전공노 파업이 사실상 불발로 끝난 만큼 이제 당이 나서 노동계를 달래야 할 차례"라고 부연했다. 노동계와 공직 사회의 불만을 무마하고, 정부에도 서서히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이 의장이 총대를 멘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 관련법안(파견근로자 보호법안)에 대해 노동계가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점도 여권은 감안한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감당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열린우리당 이목희 제5정조위원장)는 게 여권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불법 파업에 대해 정부가 온정주의적 입장을 보일 경우 정책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의장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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