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고물가에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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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도 자산 50억원 이상의 부자들이 이용하는 물건.서비스 값은 크게 올랐다.

포브스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부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7.8% 상승했다. 상승폭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3.8%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부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였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것은 유로화 강세로 수입 명품 값이 오른 데다 부자를 상대로 한 서비스들이 고급스러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부자물가지수는 미국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부유한 생활 유지비용 지수'를 참고로 하고 한국 부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50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산정했다. 품목 선정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마케팅 포럼인 귀족마케팅연구회의 도움을 받았다<포브스코리아 12월호 참조>.

이기훈 귀족마케팅연구회 운영자는 "선정 품목들은 국내에서 5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애용하는 상품과 서비스"라고 밝혔다.

부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중 세무대행.의료검진.법률상담 등 서비스 부문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50억원 상당의 상속세 대납 요금 평균가가 1100만원으로 지난해 760만원보다 44.7% 올랐다. 세무사들이 보수표대로 받는 제도가 폐지되고 자율적으로 요금을 청구하면서 수임료가 급등했다.

레저 부문은 9% 상승했다. 서울~로스앤젤레스(LA) 간 일등석 항공요금은 유가 급등에 따라 25.4% 뛰었다. 하얏트호텔 피트니스센터 회원권과 용평 콘도 회원권도 10% 이상 올랐다. 반면 달러 가치 하락으로 경비행기 조이악 값과 지중해 크루즈 여행 가격은 내렸다.

주문연회.꽃장식 등 품위 유지비는 9.6% 올랐다. 신라호텔 주문연회비는 40인 기준 62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8.3% 올랐다. 부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메뉴 구성을 고급화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샤넬 향수.페라가모 구두.아르마니 셔츠.쇼메 반지 등 명품 부문은 지난해 평균 4% 상승한 데 비해 올해엔 5.7% 올랐다.

손용석.홍지나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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