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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장 할사람" 직위공모제 첫 실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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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자리를 옮긴 지 1년반이 지난 외교통상부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받아놓고 대학 선택에 고민하는 수험생들 같다. 다음달 시작되는 연말 인사에서 지원 신청을 받아 적격자를 뽑는 직위 공모제(Job Posting)가 처음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상 경쟁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리저리 귀동냥도 한다. 예전의 낙점식 인사 때와는 다른 새 풍속도다.

직위 공모제는 외압을 막아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올 7월 도입됐다. 방식은 빈 자리 회람→대상자 지원 신청→인사과의 인사 컨설팅과 인사안 마련→인사위원회의 보직후보자 추천→최종 선발로 이뤄진다.

현재는 자리가 비는 본부 국장급 9개 자리(2개 자리는 민간인도 응모 가능)와 재외공관 공사급에 대한 지원 신청 단계로, 한 사람이 4개 자리까지 지원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인 지원이 인사의 조건인 만큼 엉뚱한 사람이 임용되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제도적으로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누가 어느 자리를 지원했는지도 결국 알게 돼 인사권자가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사 쇄신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2년 후부터는 ▶인사 평정의 점수화 ▶지원한 자리와의 관련 경력 우대 평정 ▶외국어 평정이 추가된다. 특히 인사 평정은 현재 직속 상위자 2명이 하던 것을 상위.동위.하위자 8명이 실적.능력.태도를 평가하도록 바꿨다.

관련 경력 우대 평정이 채택되면 일찌감치 전문성을 살려나가는 풍토가 뿌리를 내릴 것으로 외교부는 보고 있다. 잘 나가는 자리만 쳐다보다 그 곳에 응모해 미끄러지면 오갈 데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제도가 외교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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