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총액 22조 릴라이언스…창업주 사망뒤 주도권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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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그룹이 창업주 사망 이후 아들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릴라이언스 그룹이 형제 간 경영권 갈등으로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석유화학.통신 등을 주력으로 하는 릴라이언스 그룹은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만 20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르는 인도 최대의 민영 기업이다.

이 그룹은 2년 전 창업주 디루바니 암바니가 사망한 후 형 무케시 암바니(47)와 동생 아닐 암바니(45)가 각각 지주회사의 회장과 부회장을 맡는 것으로 후계 문제가 무난하게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룹 주변에서 형제가 그룹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경영권 다툼은 창업주가 그룹 경영권과 유산 상속에 대해 별도의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인도법에 따르면 유언이 없을 경우 상속 재산은 배우자와 자녀가 고르게 나눠갖도록 돼 있어 누구든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 간에 다투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8일 TV방송에 출연한 형이 "그룹 소유권을 놓고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토로하면서 드러났다. 이 일이 있기 전에 동생 측은 "형이 법적 근거도 없이 주요 자회사의 경영권을 좌우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의 발언에 대해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투자자들은 형제 간의 갈등으로 그룹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걱정했고, 릴라이언스 계열사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0억달러가 줄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걱정은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릴라이언스 에너지가 인도 북부 지역에 짓고 있는 33억달러짜리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해 형 측에서 제동을 거는 등 그룹의 주요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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