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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차장 책 정치권서 논란] "언론탄압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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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한겨레신문 성한용(成漢鏞) 정치부 차장이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라는 책을 통해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에 들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수석비서관 등의 발언을 소개하면서다.

책에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1998년 말부터 치밀하게 계획됐으며, 국세청의 주요 간부를 미리 호남인맥으로 교체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치권은 즉각 사실 여부를 둘러싼 공방에 들어갔다.

"언론을 죽이겠다는 발상에 경악한다."(한나라당 權哲賢대변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막가파식 언어구사는 언론사태의 진상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자민련 鄭鎭碩대변인)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25일 "언론탄압의 실상이 밝혀졌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언론자유수호 비상대책위윈회 박관용(朴寬用)위원장을 불러 "우리당의 언론탄압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라"고 직접 지시했다.

朴위원장은 즉각 "1998년 11월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중앙일보와 세계일보를 당장 작살내겠다'는 조폭 수준의 발언으로 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며 "조세정의와 언론자유를 외쳤던 정부의 발언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런 발언을 한 청와대 수석이 누군지 청와대는 분명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당 대변인실에선 "국세청 호남 출신 간부들이 언론 세무사찰을 주도한 언론 압살극의 주역"이라며 국세청 주요 보직자의 출신지역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선 언론사 세무사찰 당시 지휘계통에 있었던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손영래(孫永來)서울청장.유학근(柳鶴根)조사4국장이 모두 전남 출신으로 각각 건교부장관.국세청장.광주청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직자들은 국회 차원에서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김대중(金大中)정권은 '언론개혁'이란 이름으로 자행한 언론탄압을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고 국정조사 카드를 다시 펼쳤다.

올 상반기에 실시된 언론사 세무조사에 정치적 의도는 없으며 조세정의 차원이었다는 주장이 모두 허구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문광위에서 문제된 책의 저자인 한겨레신문 성한용 차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문광위원인 남경필(南景弼)의원은 이날 자민련 문광위원인 정진석 대변인과 만났다.

南의원은 "향후 문광위 진행방식 등에 대해 자민련과 생각이 같았다"고 전했다.

최상연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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