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환율 적극 대응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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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한국은행에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2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이례적으로 단독 조찬회동을 갖고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원/달러 환율의 급락을 막기위해) 한국은행에 보다 과감하고 적극인 역할을 주문했다"고 밝히고 '한은이 돈을 찍어서라도 환율을 뒷받침하는 방안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날 예정된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1조원을 추가로 발행하고 나면 올해 국고채 발행한도를 거의 다 써버린 셈이어서 사실상 환율 방어를 위한 '실탄'이 소진되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회동을 통해 환율에 대한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발행한도는 18조8천억원이며 이날 발행되는 1조원을 포함해 이미 17조원을 쓰고 1조8천억원이 남아있으나 지난 2001년에 발행돼 이달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3년만기 외평채 1조2천억원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은 또 최근의 환율 급락세 대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경부는 국정감사에서 외환시장 개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지적을 받은후 외환시장의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해왔으며 대신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문제를 주로 다뤄왔다.

따라서 오늘 회동은 미국 정부의 달러약세 정책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시장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환율문제에 대한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자리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 대해 "앞으로 외환담당 실무자의 입을 주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앞으로 재정경제부의 최중경 국제금융국장과 한은의 이광주 국제국장의 입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오전 10시30분 현재 지난 주말 종가보다 6.00원 떨어진 1천62.70원에 거래되는등 하락세가 유지되고있다.

이날 환율은 지난 주말 종가보다 6.70원 떨어진 1천62.00원으로 거래를 시작, 1천60.00원까지 떨어졌다 1천64.80원까지 올라간 뒤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조정을 받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부총리-한은 총재 회동을 외환당국이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회동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급락세가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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