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문제 봉합한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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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 핵 문제에 관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일치된 인식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회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쪽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일각에선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는 무의미한' 회담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왜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지, 정부의 보다 설득력있는 해명이 요구된다.

이번 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 후 첫번째 양국 정상의 만남인 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LA 발언으로 북핵에 대한 한.미 간 시각차가 부각돼 있는 상황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었다. 회담 결과 LA 발언 직후의 우려를 불식하고 큰 틀의 공조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성공적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 등 한.미 간 이견으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을 봉합했고, 북핵을 6자회담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데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부시 2기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한 가운데 이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북핵에 관한 양국의 입장이 완전 일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핵 해결을 위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양국 정상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정도가 강조됐을 뿐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에게 전했다는 '북한 핵 폐기를 위해선 공통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걸린다. 그의 발언이 '미국의 입장에 따라오라'는 뜻이라면 한.미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핵개발이 자위수단이라는 북한 주장은 일리 있다'고 한 LA 발언이 한.미 간 완전 봉합되지는 않은 것으로 비쳐 개운치 않다. 정부는 혹시라도 회담 성과 선전에만 매달리지 말고 긴밀한 한.미 공조체제로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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