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나야 나'사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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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의 '오레 오레 사기'가 갈수록 기승이다. '오레'는 일본어로 '나'란 뜻이다. 아들.손자를 가장해 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급전이 필요하다며 무통장 입금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다. 최근에는 중학생까지 나섰고 노인들이 젊은이를 속이는'역 오레 오레 사기'까지 등장했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東京)에선 중학생 두 명이 주부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남편이 낸 교통사고로 임산부가 유산했으니 합의금으로 50만엔을 무통장 입금하라"고 협박해 돈을 가로챘다가 붙잡혔다. 한 여대생은 12일 보험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당신 엄마가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니 빨리 57만엔을 입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남성의 전화를 돌려받은 여성이 "나, 엄만데… 사람을 치고 말았어"라며 울먹거리자 여대생은 그만 속고 말았다.

더 확인하고 싶지만 "이젠 아들 목소리까지 잊었느냐"는 핀잔을 들을까봐 되묻지 못하는 고령자들의 심리를 악용한 게 '오레 오레 사기'다. 개인정보 전산자료 유출이 많아지면서 진짜 아들.손자의 이름을 대면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증가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1만1000여건의 '오레 오레 사기'가 발생했다. 돈 요구 이유는 교통사고 합의금(58%), 고리대금 빚 상환(27%), 임신중절 비용(6%) 등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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