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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5인 ‘합종연횡’이 승부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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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2지방선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A의원은 최근 강원도 춘천을 찾아 손학규 전 대표를 면담했다. 7일 경선 때 손 전 대표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손 전 대표는 투표권이 없지만 당내엔 그의 계보로 분류되는 의원이 적잖다. A의원은 “나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후보도 다녀갔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 B의원은 하반기 국회 부의장에 도전하는 박상천 의원을 만나 ‘정치적 거래’를 시도했다. B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를 뽑아주면 곧 있을 당의 국회 부의장 경선 때 밀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다.


정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의원들 대표를 뽑는 선거다. 그래서 물밑에서 벌어지는 의원 간, 세력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합종책’은 계파모임과 차기 당대표군을 겨냥하고 있다. 강봉균·김부겸·박병석·박지원·이석현 의원 등 후보 5명은 당내 계파모임 설득에 열심이다. 최근 충북 지역 의원들, 구 민주계 출신 의원 모임인 ‘신송회’ 등이 각각 모여 누구를 지지할지를 논의했다. 비주류 협의체인 쇄신모임도 6일 열린다.

후보들은 자신이 차기 당대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임도 강조한다. 차기 전당대회에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의 출마가 점쳐진다. 정동영 의원이나 손 전 대표도 본인 뜻과 무관하게 출마가 거론된다. 후보들은 이들 차기 당대표군에 “도와달라”고 하고 있으나 확답을 들은 후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차기 당대표군이 특정인을 지지하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계파나 보스를 중심으로 뭉치지 말고 자율 투표로 가자”는 기류도 많다.

‘연횡책’은 후보 간의 연대 모색이다. 당내에 대세를 점하는 세력이 없는데다 후보가 많다 보니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서 1, 2위 후보 간 2차 결선투표를 벌이게 되면 후보 간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부겸 의원과 강봉균 의원은 5일 심야회동을 한 자리에서 후보단일화를 논의했다. 이들은 6일 중 단일화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우제창·조정식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막판 조율을 시도했다. 지역구가 군포인 김 의원은 수도권 의원들의 지지를, 재경부 장관 출신인 강 의원은 관료 출신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실용’과 ‘온건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박지원 의원도 박병석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단일화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지낸 국정 경험과 협상력을 내세워 ‘강한 야당론’을 말한다. 박병석 의원은 ‘충청권 출신 첫 원내대표론’을 앞세우며 중진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석현 의원은 “비주류와 주류의 통로”를 자처하며 비당권파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엔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박지원·김부겸 의원의 양강구도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 의원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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