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폭락에 3중 안전선도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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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원.달러 환율 폭락에 환율연계펀드들이 또다시 울고 있다.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수익이 나도록 만들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돼도 수익을 한푼도 거두지 못할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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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지난달 판매한 '삼성 환율연계 ELS펀드'가 최근의 환율 급락 때문에 내년 10월 만기 때 원금 수준만 지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21일 밝혔다.

이 상품은 환율 하락 가능성을 감안해 3단계의 환율 변동 구간을 설정해 놓은 것으로, 환율이 최초 기준가보다 ±35원을 이탈하더라도 ±45원, ±55원 등에 머물면 각각 연 7%와 9%의 수익을 주는 구조였다. 즉 이 상품은 환율이 1089.8~1199.8원에만 있으면 최대 연 9%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3겹의 안전장치 때문에 이 상품은 254억원어치가 팔릴 정도로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지난 16일 환율이 이 상품의 환율구간 최저치(1089.3원)를 깨고 내려가면서 고수익은 물거품이 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급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하순 100억원 규모로 판매된 한투증권의 '부자아빠 뉴찬스 환율연계 혼합형 펀드 1호'도 고수익 달성에 실패했다. 이 상품은 환율이 기준환율(1146.3원)과 비교해 ±40원 구간에 있으면 연 9%의 수익을 주고, 이 구간을 벗어나면 그 시점의 기준환율에서 다시 ±30원 구간을 설정해 연 7.4%의 수익을 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환율이 폭락해 1076.3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이 같은 수익은 불가능해졌다.

이달 초 판매된 '부자아빠 뉴찬스 환율연계 혼합형 2호 펀드'도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 이 상품은 환율이 1058.6원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7.1%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지난 주말 환율이 1068.7원으로 마감해 구간 최저선이 유지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 밖에 동양오리온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내놓은 KTB 환율연동채권1도 환율 급락으로 1, 2차 설정 범위를 모두 벗어나 투자자들은 원금 수준만 돌려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투증권 홍성룡 고객자산관리부장은 "고객들의 답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환율이 이렇게 떨어질 확률은 대략 30% 정도로 봤는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상렬.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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