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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교육] 초등학교 토론수업, 논리력 쑥…창의력 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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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서울 아주초등학교 4학년 3반 학생들이 반반으로 나뉘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아주초등학교는 그야말로 '말 많은 학교'다. 학급마다 토론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체질화됐다고 한다. 가족간에 토의활동이 활발해져 부모와의 대화도 늘었다. 이미경 교장은 "토론은 기초지식과 배경을 종합해 의견을 정리, 발표하는 창의적이며 종합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지적 능력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년간 토론 수업을 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봤다.

# 11월 15일, 4학년 3반

'선생님이 해주시는 일기 검사는 바람직한가.'

토론수업의 주제다. 38명의 아이들이 찬반에 따라 19대 19로 나눠 앉는다. 찬성 측이 먼저 논리를 펼친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정준호)

"일기를 통해 선생님은 학생의 고민을 알고 조언도 해줄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도 길러집니다."(이지선)

3분이 짧다. 사생활 보호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반대 측으로 발언권이 넘어간다.

"어린이도 비밀이 있습니다. 일기 검사는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합니다."(조수빈)

"써야 한다는 마음에 거짓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박서연)

탐색전이 끝나자 본격적인 공방이 시작된다.

"글쓰기 연습은 일기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는 반대측 주장에 "선생님이 검사하고 틀린 것을 고쳐줘야 실력이 는다"는 반격도 나온다.

이혜정 담임교사가 마지막으로 찬반의 논리를 설명한 뒤 정리를 했다.

"선생님도 고민을 했어요. 자기만의 비밀을 선생님이 본다는 건 싫죠? 앞으로 '혼자만의 일기'라고 써두면 읽지 않을게요."

교사도 학생도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유를 밝혔다. 보다 나은 결론도 이끌어냈다.

# 엄마, 토론해 토론해…

이 학교 3학년인 영서와 4학년인 영은이. 퇴근한 부모님에게 "토론하자"고 졸라댄다. 학교 과제인 '가족토의'를 위해서다. 또 가족의 의견을 모아야 할 때도 토론을 벌인다.

얼마 전엔 TV 시청시간이 주제가 됐다.

"TV를 안볼 수도 있는데 아빠가 뉴스를 본다고 틀어놓으면 같이 보게 된다"며 화살을 아빠에게 돌린 영은과 영서.

"그럼 TV를 안 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TV를 안방으로 옮겨요" "뉴스 안 보면 되잖아요…."

아빠는 "사회생활을 위해 뉴스를 꼭 봐야 한다"며 아이들을 설득했다. 이에 두 딸은 "친구와 어울리려면 어린이 프로그램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결국 매일 두 시간 TV를 보는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됐다. 가족토의가 활발해지면서 가정에선 대화가 늘어났다. 사소한 가정사도 토론의 주제가 된다. 다른 집에선 명절 연휴 때 성묘를 가자는 아버지와 해외여행을 가자는 어머니의 의견이 갈라지자 가족 토론을 통해 아버지의 생각을 따르게 된 경우도 있다.

# 토론의 힘

아주초등학교의 토론수업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생각하고 논리를 전개할 능력을 기르게 됐다는 것이다.

영은이 엄마 서회란씨는 "아이들이 토론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스스로 준비하는 데다 제법 의젓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장성희 수업연구부장은 "자녀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주고 논리적으로 토의하면 일방적인 강요보다 설득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아이들과 이런 주제로 토론해보세요

-집안일은 누가 하는 것이 좋은가요

-생일잔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컴퓨터 게임은 하지 말아야 하나요

-TV는 정해진 시간에만 봐야 하나요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도움이 될까요

-겉모습을 보고 친구를 사귀는 것이 바람직한가요

-어린이는 밤 9시에 꼭 자야만 하는가요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부모님 생신날 무엇을 해드리는 것이 좋을까요

-학원에 다녀야만 하나요 -숙제는 꼭 해야 하나요

-휴일에 어디에 가는 게 좋을까요 -휴대전화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하나요

***토론할 때 부모가 해야 할 것

-승부를 강조하지 말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자

-자녀에게도 동등한 발언권을 주자

-"어린 네가 뭘 아냐" "네가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데…"라는 식의 말은 피하자

-논리 전개가 미숙하더라도 타당한 근거를 통해 생각을 표현한다면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자

-의견을 주장할 때는 자신의 경험이나 구체적 자료를 통한 근거가 필요함을 주지시키자

***토론할 때는 이런 말을 사용하세요(초등 3∼4학년 기준)

▶의견을 말할 때

~라고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이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이고, 둘째는 ~이며, 셋째는 ~라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입니다.

▶질문할 때

~에게 묻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보충할 때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에 대해서는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정된 의견을 말할 때

~의 생각과 ~의 생각을 묶어보면 ~라고 생각합니다.

▶찬성할 때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이기 때문입니다.

▶의견이 다를 때

~와는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와는 다른 의견이 있습니다.

자료=아주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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