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원개발' 의문점] 자본금 3억 회사가 1,600억 땅 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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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당 백궁.정자지구 3만9천평의 땅을 1천5백97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에이치원개발(대표 홍원표.53)에 대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 왜 땅부터 샀나=洪씨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원개발㈜은 1999년 8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가 문제의 땅을 토지공사로부터 산 것은 같은해 5월. 洪씨가 땅을 살 당시엔 에이치원개발이라는 회사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땅을 산 뒤 회사를 설립한 셈이다.

洪씨는 당시 개인 자격으로 땅을 매입해 회사 설립 4개월 만인 12월에 회사에 양도, 회사 소유가 됐다. 이같은 과정으로 미뤄볼 때 洪씨가 이 땅에 대한 추후 개발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洪씨는 계약금만도 1백5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아파트 분양금 등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洪씨 측근인 에이치원개발의 洪모 감사는 토공에 지불한 계약금 1백57억원은 대표인 洪씨 등 회사 대주주 네명이 마련했고, 나머지 돈은 올 5월 9일부터 한달간 현재 이 부지에 짓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해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지불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洪씨가 가진 돈이 별로 없어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고 전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洪씨는 처음 남해건설에서 1백억원을 빌렸다가 남해건설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며 돌려줄 것을 요구해 갚았으며 이후 시공권을 주겠다며 현대건설에 3백60억원을 빌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해와 SK와 포스코에 다시 손을 빌려 갚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왜 수의계약했나=용도변경한 백궁.정자지구 총 8만6천평 중 절반에 가까운 3만9천평을 에이치원개발 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나머지 땅에 대해서는 공개입찰을 한 이유도 관심거리다.

토지공사는 "계약이 해제됐거나 응찰이 안된 땅에 대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에 수의계약을 우선하도록 돼 있다"며 "문제의 땅은 포스코가 계약을 해지한 땅이어서 포스코와 당초 계약했던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에이치원과 수의계약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규정을 '수의계약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계약이나 공개입찰 모두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문제의 땅에 대한 계약이 해지돼 다시 토지공사 소유가 됐고 적지 않은 문제가 예상됐던 만큼 모든 조건을 원점으로 돌려 공개 입찰을 했었다면 특혜 의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아파트 건설 어떻게 돼가나=洪씨가 매입한 땅에 짓고 있는 파크뷰 아파트는 SK.포스코.동양건설 등이 시공사로 돼 있다. 33~92평형 1천8백29가구를 짓고 있으며 평당 8백20여만원선에 분양했다. 현재 공정률은 10% 정도.

이 회사 관계자는 "토지 매입 당시 상업지구로 지정돼 있어 아파트를 지으려고 산 땅은 아니었다"며 "도시설계 변경 후 8천여평이 학교 부지로 묶여 경기도교육청에 토공의 조성가격인 평당 1백50여만원에 되팔아야 하는 데다 추가로 1천여평이 청소년수련시설 부지로 지정돼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해야 하므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말하고 있다.

정재헌.김선하 기자

[에이치원개발 대표 홍원표씨는]

전남 강진 출신인 洪씨는 회사 설립 이전엔 미림CN이라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소규모 주택사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97년부터 분당 율동공원 인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연습장도 다른 사람의 땅에다 洪씨는 건축만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洪씨는 여권 실세 정치인들과 검.경 고위 인사들을 자신의 골프연습장 식당으로 초대, 만남을 갖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김병량 성남시장과도 막역한 사이라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선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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