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폭… 아프간 민간 적십자 건물 폭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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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을 맹폭하고 있는 미국이 공습 과정에서 잇따른 '오폭'으로 국내외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주 카불공항 근처 주택가에 폭탄을 투하, 민간인 희생자를 낸 미군 전폭기들은 16일 카불 인근의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건물을 폭격했다.

이번 폭탄 투하로 구호물자와 곡물이 저장된 건물 2개동이 파괴되고, 직원 1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칸다하르에서는 15일 밤 한 병원이 폭격을 당해 5명이 사망했다.

미 국방부는 즉각 "폭탄이 투하된 ICRC 시설은 탈레반 정권이 군장비 보관용으로 사용했었기 때문에 미군의 공격목표물 가운데 일부였다"며 "미군은 ICRC가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분명 건물 근처에서 탈레반 병사를 확인하고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변명도 했다.

하지만 오폭 피해자들의 볼멘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폭격을 가해 민간인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ICRC 관계자는 "아무리 탈레반 군장비 보관건물이라고 착각했더라도 지붕에 대형 적십자사 마크가 새겨진 건물에 폭탄을 투하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군의 공습과 생색용 구호물자 투입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은 미군에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한편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주변국 모두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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