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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당직자 검찰 압력의혹] 정치인·검찰간부 '부적절한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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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C사 주식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폭로로 정치권과 검찰간부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남으로써 검찰의 수사관행과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정치권과 검찰이 서로 다른 입장에 섰다는 점에서 종전의 권력형 외압설과는 차이가 있지만 정치권과 검찰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변호사인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는 선임계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진태 부장검사는 사건수사 내용을 정도 이상으로 전해주는 등 진정인과 비정상적으로 유착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 李총무 압력 의혹=지난해 12월 사업가 朴모(44)씨가 "C사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대표 S씨와 조직폭력배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주식 2만주를 빼앗겼다"고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진정서를 낸 것이 발단이었다.

朴씨는 진정서에서 "1999년 6월 본인 소유인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재 4층 건물(시가 45억원 상당)과 C사의 주식 50만주를 교환하기로 S씨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C사 주식값이 오르자 S씨가 계약을 무효화하기 위해 2000년 4월 폭력조직 J파 朴모씨 등을 동원, 폭행해 갈비뼈 골절 등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히고 주식 2만주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당시 서울 동부지청 김진태 형사4부장과 P검사는 수사 결과, 지난 2월 폭력을 행사한 朴씨를 구속한 데 이어, 지난 3월 폭력을 동원해 계약 무효화 등을 시도한 혐의로 S씨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두번에 걸쳐 청구된 S씨에 대한 영장은 "S씨가 폭행을 부탁 또는 공모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모두 기각됐다.

이에 불만을 품은 진정인 朴씨가 최근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축소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압력을 행사한 정치인이 이상수 총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朴씨는 주장의 근거로 수사를 지휘한 동부지청 金부장과 자신이 지난 3월 나눈 대화를 담은 녹음테이프와 녹취서를 공개했다.

이 녹음테이프에는 金부장이 "(이 사건에)정치인은 이상수…" "(李의원이) 조사하는 날은 꼭꼭 전화한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녹음돼 있다.

이에 대해 金부장은 16일 "李의원이 S씨의 신병문제를 걱정하는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주임검사인 P검사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축소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주임검사였던 P씨는 "나는 李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거니와 사건 축소를 하려 했다면 S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두번이나 청구하고 관련자 두명을 기소중지했겠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李의원은 "친구의 동서인 S씨의 도움 요청을 받고 부장검사에게 변호인 신분으로 전화를 해 공정하고 억울함이 없게 조사해달라고 말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李의원이 변호사 신분이긴 하나 선임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를 한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고, 여당 당직자의 전화가 검찰에는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부적절한 金부장 처신=朴씨의 녹취록에는 金부장이 朴씨편에 치우쳐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주식 강탈 주장에 대한 수사는 별 하자 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 착수 등 전체 진행 과정에서 진정인측과 지나치게 유착된 것 같다는 의혹이 그 핵심이다.

朴씨가 수사진행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이상수 의원을 거론하는 등 수사장애를 상세히 얘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관행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朴씨가 평소 金부장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접대를 한 것 같은 대목도 녹취록에 담겨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金부장은 "진정인 朴씨와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조직폭력배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 진정서를 접수토록 하고 수사를 P검사에게 맡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金부장은 또 "이 사건 훨씬 전 명절 때 술 선물을 받은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강주안.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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