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아침 별 저녁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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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외스랑 글, 요한나 강 그림
곽노경 옮김, 미래M&B, 32쪽, 9000원

아이들에게 차마 들려주기 힘든 이야기들이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같은 것이 특히 그렇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이유없는 증오, 그 집단 광기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치 점령기 프랑스 파리에 살던 여덟살 소녀 헬렌의 눈과 입을 통해서다. 언제부터인가 헬렌의 친구 리디아는 옷에 노란 별을 달고 다닌다. 소녀의 눈에 이쁘게만 보인 그 노란별은 유대인을 가려내기 위해 나치가 강요한 것이었다. 둘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헬렌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리디아를 초대한 날 밤 마침내 사건이 벌어진다. 노란 별을 단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며 앞다퉈 도움을 요청해 오고 경찰이 들이닥친다. 리디아는 헬렌의 만류를 뒤로하고 부모님을 찾아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헬렌은 영원히 리디아를 볼 수 없었다.

책은 이처럼 직접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묘사하지 않지만 두 소녀의 우정과 갑작스런 이별을 통해 그 아픔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과거를 일러줘야 한다. 또 인간은 위대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도 고백해야 한다. 슬픔에 휩싸인 헬렌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불행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 아니란다. 슬프게도 이 불행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거야. 악한 사람들과 약한 사람들이 만든 거지. 함께 어울려 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구나.”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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