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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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빈 지음, 강윤재 외 옮김
들녘, 760쪽, 3만5000원

아인슈타인의 스승 민코프스키가 붙인 아인슈타인의 별명은 ‘게으른 개’이다.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기초를 제공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스승에게 아인슈타인은 썩 좋지 않은 별명을 얻었던 것이다. 아마도 공과대학을 다닐 때 꽤나 게으른 인상을 줬는가 보다.

이탈리아 철학자인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다 화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브루노를 과학의 순교자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의 화형은 이단에 심취된 탓이 크다는 것이다.‘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과학』을 읽는 재미를 더하는 내용들이다. 이 책은 르네상스에서 현대 과학에 이르기까지의 서양 과학사를 한줄로 꿰어 놓은 수작이다. 제목은 차라리 책 추천사를 쓴 외국어대 박성래 교수의 말처럼 ‘위대한 과학기술자들의 삶을 통해서 본 과학의 역사’라고 하는 편이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에 훨씬 나았겠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맥스웰 방정식,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외우고 또 외우던 과학자의 이름과 그들의 업적이다. 이 책에도 수많은 과학자와 그들의 이론이 망라되어 있다. 750여쪽에 이를 정도로 단행본치고는 이례적으로 두껍다. 책을 집어 든 순간 너무 두껍다는 것과 책 제목과는 달리 과학사라는 점을 알게 되면 기가 질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몇장만 넘기면 마술에라도 걸린 듯 책에 빠져 들게 된다. 서양 과학을 이끌어 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업적이 다른 어떤 과학자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선행 연구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등 과학 성과와 인적 네트워크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자를 중심으로 기술한 과학사의 장점이기도 하다.

또 위대한 과학 성과를 실험하는 방법이나 업적을 저자는 쉽게 풀어쓰고 있다. 과학교과서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도 이 책을 보면 이해가 가는 면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과 연구 업적을 동시에 알 수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서양 과학자들이 난해한 문제를 그 시대에 어떻게 현대 첨단 과학으로 밝혀낸 것에 버금갈 정도로 풀었는지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실험 장비도 상대적으로 변변치 않았는데 말이다.

영국의 과학자 캐번디시가 1790년대에 측정한 지구의 평균 밀도는 물 밀도의 5.45배 였다. 이는 현대 첨단 과학으로 측정한 값과 1%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1926년 미국의 마이컬슨은 캘리포니아의 두개의 산봉우리에서 빛을 보내 반사되게 하는 방법으로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그 값은 초속 29만9796±4㎞였다. 이는 현재까지의 최고 측정치인 29만9792.458㎞에 근접한다. 오차의 범위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과학 실험 방법을 이 책은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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