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0대에 성인병 걸리는 한국 청소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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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국 초·중·고생의 체력 등급을 조사해 보니 2000~2008년 사이 상위인 1, 2등급은 8%포인트 준 반면 하위인 4, 5등급은 1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학생은 2002년 9.4%에서 2008년 11.2%로 계속 증가하는데 말이다. 갈수록 몸집은 커지는데 체력은 떨어져 ‘뚱보 약골’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10대에 벌써 40~50대에나 걸릴 법한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을 앓는 아이들도 몇 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이 잘 먹이며 곱게 키운 아이들이 골골한다니 기 막힌 일이지만 바로 그 ‘잘 먹이며 곱게 키우는’ 게 문제다. 많은 가정에서 어릴 땐 아무거나 잘 먹으면 된다며 아이들이 고열량 음식을 맘껏 먹게 내버려 둔다. 그리곤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집으로 자가용에 태우고 다니며 제 발로 걸을 틈조차 주지 않는다. 이같이 잘못된 양육 방식이 귀한 자녀들을 비만과 그에 따른 성인병으로 내모는 것이다.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 역시 문제다. 아이들이 하루 중 유일하게 뛰놀 수 있는 체육 시간이 실종되다시피 한 지 오래다. 학교마다 체육 시간을 줄이고 그 자리를 영어·수학으로 채워 넣기 일쑤다. 체육을 해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고학년이 될수록 자습으로 대체하는 일도 잦다. 청소년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거의 매일 체육 시간을 집어넣는 외국 학교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입시 경쟁이나 식생활 변화 추이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선 지난 10년 새 청소년들의 체력이 오히려 향상됐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학교 체육을 강화한 결과다. 학교마다 운동시설을 확충하고 전문가를 배치해 학생들의 체력 단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청소년 건강은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부족하기만 한 차세대가 체력마저 떨어진다면 큰일이다. 공부도 좋지만 지금은 가정과 학교, 정부가 힘을 모아 청소년들의 건강부터 챙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