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은 왜 미국을 증오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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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파키스탄 사람들은 한결같이 선량하고 낯선 이방인에게도 매우 친절하다. 하지만 반미집회에 참가한 그들은 분노와 증오로 가득찬 모습으로 돌변,성조기와 부시 대통령의 허수아비에 불을 지른다.

그들은 왜 미국을 증오하는 것일까. 과격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로 당국의 추적을 피해 은신 중인 자미아트이울레마 이슬라미의 2인자 하피즈 후세인 아메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슬람 교리는 핏줄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형제애를 더 강조한다. 따라서 탈레반에 대한 공격은 전세계의 13억 무슬림(이슬람 교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이번엔 평범한 시민들에게 "무고한 시민을 희생시킨 테러리스트를 형제란 이유만으로 두둔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동안 아랍권에서 미국의 군사작전과 경제봉쇄 등으로 희생된 무슬림도 상당하며 이도 테러"라고 말한다.

이처럼 '정의수호를 위한 전쟁'이란 미국의 명분과는 엄청난 괴리를 보이는 상황인식의 바탕에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현지신문 아우사프의 기자 마자르 발라스는 "미국은 테러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민중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의 테러는 왜 방치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슬라마바드 중심가의 서점 북시티 지배인 유니스 샤이크는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지하드(성전)는 이슬람을 억압하는 자에 대한 '해방투쟁'이며 이는 무슬림의 의무다.이슬람 교도들에게 미국은 억압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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