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핵 비확산 체제 허점 막을 대책 나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올해로 발효 40주년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핵보유국은 원보유국인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을 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인도·파키스탄이 핵보유국 대열에 합류했고, 북한도 사실상 핵 클럽 회원이 됐다. 핵물질이 테러단체 등 비(非)국가행위자 손에 흘러 들어갈 위험도 커졌다. NPT 체제가 정상작동했다면 원보유국의 핵보유고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핵탄두는 2만 개가 넘는다. NPT 체제에 뚫려 있는 구멍을 막지 못하면 핵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오늘부터 28일까지 뉴욕에서 189개 NPT 회원국들이 모여 길고 지루한 회의를 하는 이유다.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제8차 NPT 평가회의에서는 이란 핵문제, 중동비핵지대 창설, 비확산 체제 강화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NPT 회원국인 이란은 평화적 이용이란 포장을 씌워 실제로는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은 NPT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시금석(試金石)인 만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1995년 아랍국들이 합의한 ‘중동의 비핵지대화’가 이란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이스라엘이 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NPT 체제 안에서 핵을 개발한 뒤 조약상 탈퇴 권리를 악용해 체제 밖에 숨어버리는 꼼수를 차단할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란은 ‘제2의 북한’이 될 공산이 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창한 ‘핵 없는 세상’에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서는 NPT 체제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 안전보장 선언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약속, 미·러 전략핵감축협정 체결 등으로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참가국들의 의지다. 말잔치로 끝나고만 2005년 회의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도록 각국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