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도움주는 영어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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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두꺼운 영어사전. 학습효율을 향상시킨다는 각종 전자기기의 화려함과 비교하면 소박해 보이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를 학습에 활용하고 있는 학생들은 “전자기기와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본다”고 자랑했다.

사전 찾다보면 영어 호감도도 높여줘

김범수(경기도 일산 강선초 3)군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혼자서 뚝딱 영어일기 한 권을 써냈다. 외국에 살다 온 적도 없고 따로 영어 학원을 다니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 이진희(38·경기도 고양시)씨는 “시제가 잘 맞지 않고 철자가 틀린 단어도 가끔있지만 문장구조는 꽤 정확한 편”이라며 “일기를 쓰기 전보다 문장구사 능력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김군이 이처럼 정확한 문장구조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운 일등공신은 영어사전이다. 엄마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사전을 찾아가며 스스로 일기를 써 나간 것이다. 처음엔 한 문장씩 쓸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하지만 매일 꼬박꼬박 써 나가자 요령이 생겼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고 나서 사전에서 ‘movie’와 ‘cinema’를 찾았어요. 그러면 단어 뜻과 함께 ‘영화를 봤다’라는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예문에 다 나와있더라구요.” 방학이 끝날 때쯤엔 일기문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굳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술술 문장으로 써 나갈 정도가 됐다.

김군이 이렇게 책으로 된 영어사전에 빠지게 된 계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전기를 읽고부터다. 영어사전 한 권을 통째로 외웠다는 일화를 읽은 김군이 “반기문 아저씨는 외운 사전 종이를 왜 한 장씩 먹었어요?”라며 호기심을 보인 것.

이씨는 “사전에 호감을 갖게되자 영어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요즘은 사전 마지막 장에 부록으로 실린 시제와 동사의 과거형을 외우는데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그림·삽화 많아…백과사전처럼 활용해요

“아이가 모르는 영어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1초만에 설명이 떠요. 하지만 30분만 지나도 다시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쉽게 얻은 답은 쉽게 잊어버린거지요.” 윤진희(34·서울 동대문구)씨는 아들 최민기(서울 석계초 3)군이 영어학원에서 돌아오면 묵직한 사전부터 손에 쥐어준다. 학원에서 내준 영어단어 숙제를 하기 위한 도구다.

하루에 10개씩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야 하는 영어단어 숙제는 인터넷 검색을 활용하거나 전자사전을 찾으면 10분만에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최군은 그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들여 고사리손으로 사전의 색인을 하나하나 찾아 적는다. 전자기기를 활용할 때보다 본인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최군은 “입으로 철자를 중얼거리며 단어를 찾다보면 저절로 외워질 때가 많다”며“따로 다시 단어를 외워야 하는 시간이 적어 인터넷으로 찾을 때와 공부시간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는 “그림이나 삽화가 많아 아이가 사전 찾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며 “예전에 내가 공부할 때와 달리 요즘 영어사전은 작은 백과사전의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영어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안서희(경기도 수원 상촌중 3)양은 도서관에 공부하러 갈 땐 전자사전 대신 꼭 책으로 된 영어사전을 챙긴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지켜온 습관이다. 시험 기간엔 더욱 철저하다.

“전자사전은 음악을 듣는 식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까딱하면 딴 짓 하기가 쉬워요. 시험 기간엔 유혹을 뿌리치기가 더 어렵거든요.”

단어를 찾으면 해당 단어만 화면에 표시되는 전자사전에 비해 영어사전은 같은 지면에 인쇄된 비슷한 철자의 단어를 한눈에 쓱 훑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어휘력을 높여야 하는 시기라 자기도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된단다.

안양은 “무겁고 불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유용하게 쓰일 때가 훨씬 많다”며 “색인을 찾는 방법만 익숙해지면 전자기기를 활용할 때보다 영어공부에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김범수군이 어머니 이진희씨와 함께 영어일기를 썼을 때 활용했던 사전 속 단어를 찾아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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