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공격] '카불의 밤' 뒤흔든 폭탄세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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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밤의 기습으로 시작된 미국의 '불굴의 자유'작전은 전폭기들의 융단폭격과 항모.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 타격으로 시작됐다.

◇ 1차 공격=7일 오후 8시55분(현지시간) 걸프 해역의 미 항모 칼빈슨.엔터프라이즈호 함상에서 F-14.F-18 전폭기와 B-1.B-2 등 폭격기 15대가 어둠을 뚫고 이륙했다. 같은 시각 미국 본토의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도 B-2 스텔스 폭격기 등 15대가 아프가니스탄 동부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캠프에 위성조준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발진했다.

전폭기들은 EA-6B 정찰기와 조기공중경보기 등의 지원 아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과 탈레반 사령부가 위치한 칸다하르 등 6개 도시의 방공망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공격 개시 수분 만에 카불에 네차례 이상 불기둥이 치솟았고 국방부 건물이 피격됐다.

이어 칸다하르 공항의 지휘소와 동부 잘랄라바드 공항도 폭격을 당해 레이더 시설과 관제탑이 파괴됐다. 이에 맞서 탈레반 병사들도 조명탄과 대공포를 쏘기 시작해 카불의 밤하늘을 어지럽혔다.

이어 미군 전폭기와 영국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0기가 카불.칸다하르.잘랄라바드에 잇따라 발사돼 불바다를 만들었다.

◇ 2차 공격=1차 공격 개시 4시간이 조금 지난 8일 오전 1시15분 카불 등에 1차보다 강도 높은 2차 공격이 시작됐다. 도시는 정전으로 2시간 동안 암흑 천지가 됐다.

카불 공항에 폭탄이 명중돼 폭발음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잘랄라바드에서 20㎞ 떨어진 파르무다 지역의 알 카에다 테러 훈련 캠프에도 미사일이 떨어졌으며, 이란 접경에 위치한 신단드 공군기지도 미군의 공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PA통신은 1차 공격은 칸다하르 공항의 주요 장비 및 알 카에다 조직원들의 거주지 수백동을, 2차 공격은 칸다하르 중심부에 있는 탈레반 본부와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주거지역을 노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PA통신은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의 말을 인용, 오마르는 무사하다고 보도하면서 그가 공격 현장에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3차 공격=2차 공격 후 2시간30분쯤 지난 오전 3시50분 카불은 5분간에 걸쳐 3차 공격을 받았다. 탈레반도 대공포 사격으로 맞섰다. 3차에 걸친 공습으로 카불에서만 20명 이상이 숨졌다고 파키스탄의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이 이날 보도했다.

탈레반의 고잔 국방장관은 7일 공격 중이던 미군기 한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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