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간척지 추속수매 외면 시에선 대책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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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 넓은 논을 애써 경작했는데…. "

7일 오후 충남 간월호 옆으로 펼쳐진 서산A지구 인지면 산동리 들녘. 현대 서산농장의 논 4만2천평을 분양받아 올해 첫 농사를 지은 이계섭(李啓燮.47.당진군 송산면)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웃 농민의 추수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李씨와 같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은 현대의 서산농장 3천여만평 중 피해어민에게 분양할 1천4백여만평을 뺀 나머지 가운데 1천여만평을 올해 초 분양받은 4백여명.

현대 서산영농사업소가 대단위 영농을 할 때(2백평당 1.7가마)보다 수확량도 높아져 일반분양 논(2백평당 3.5가마)에서 올해 17만가마(80㎏들이) 이상의 쌀이 수확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수매량 배정을 거의 못받은 데다 미곡처리장에서마저 수매를 거절해 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같다.

현재 중생종의 수확이 거의 끝났고, 이달 20일께면 일반분양 60%가 넘는 만생종 벼 수확도 끝나 이곳 서산간척지 들녘 곳곳에 벼 10여만가마가 쌓일 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는 각 계열사의 구내식당 등에서 이곳 쌀을 소비하거나 일반 판매망을 통해 팔아 정부수매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별분양이 되면서 이제는 판매자체가 농민의 몫이 돼버렸다. 문제는 서산시의 입장. 수매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정부수매를 원하는 농지는 1천만평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곳 이외의 농민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서산시는 올해 초 서산간척지 일반분양 농민들을 정부수매에서 제외했다가 이곳 농민들의 강한 항의를 받고 지난 6월 3천평당 1가마(물벼 40㎏)를 배정했다.

그러나 타지역 농가(3백평당 2가마)보다 너무 적은 양에 대부분 농가가 정부수매를 포기한 상태.

李씨는 "10억원을 들여 논을 사 농사를 지었는데 팔 길이 막막하다" 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서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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