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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헬스] 알츠하이머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나는 지금 내 인생의 황혼으로 가는 긴 여행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

1994년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음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만 해도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은 치매를 그저 노인에게 오는 노화과정쯤으로 여겼고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진솔한 고백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이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졌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과 함께 연구비 지원 등 국가적 역량의 집결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인 의사 알츠하이머가 우울증과 기억력 감퇴, 환상으로 4년 동안 고생하다 죽은 51세 여자를 부검하고 그녀의 뇌 조직소견을 기술하면서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된 질환이다.

70세 이상 인구의 10%가 고통받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노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연령대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 병이 개인의 병이 아니라 가족의 병이라는 것이며 아직 그 원인도, 치료법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정복의 단서가 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를 교배해낼 수 있는 동물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이들 쥐에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의 뇌에서 관찰되는 것과 똑같은 신경섬유의 얽힘 현상이 관찰된다. 이제 과학자들은 이 쥐를 통해 자유자재로 실험할 수 있게 됐으므로 지금까지 베일에 갇혀 있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 정치가의 고백이 난치병 극복을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전재석 (을지병원 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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