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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반테러로 실리챙기기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미사일방어(MD)계획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오던 미국과 러시아가 미 본토 테러사건 이후 전격적인 밀월관계에 들어섰다.

또 러시아와 유럽의 협력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 신(新)밀월시대 개막=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이 '9.11 미 본토 테러' 뒤 러시아를 방문, 반(反)테러전쟁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회담에 나선 것을 계기로 양국은 동반자 관계를 다짐하는 새로운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3일 "미국이 광범위한 반(反)테러 국제연대를 촉구한 데 호응해 러시아가 취한 다각적인 조치를 환영한다" 면서 "(양국의 긴밀한 협조관계가)역사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고 양국의 밀월관계를 확인했다.

미국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동맹국들에 통보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조직에 관한 기밀정보' 를 전달함으로써 러시아를 사실상 동맹국으로 대접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기밀정보를 제공한 것은 냉전시대 이후로 적대.경쟁관계였던 두 나라 사이에서 전례가 없거나 아주 드문 일에 속한다" 고 외교소식통들은 놀라워 했다.

이들 소식통은 "미국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응징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러시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러, 유럽협력도 강화=반테러 국제연대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쥐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잰 걸음으로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브뤼셀을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3일 EU 의장국인 벨기에의 가이 베르호프스타트 총리와 제6차 EU.러시아 정상회담을 열고 국제테러를 '21세기의 재앙' 으로 선언하는 한편 공동보조를 취할 것임을 선언했다. 양측은 또 외교.안보협의회를 매달 개최하고 테러 관련 정보를 상호교환하는 등 안보협력도 구체화했다.

국제전략분석가들은 테러사건 이후 러시아의 활발한 외교적 행보와 관련, "이번 (테러)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미국이 아닌 러시아가 될 것" 이라면서 "미국은 테러전쟁을 러시아의 도움을 통해 수행하는 대신 러시아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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