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술한잔 하자는 말에 속지 말라", 연애특강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자가 ‘언제 술 한잔 하자’고 말한다고 착각해선 안됩니다. 남자들 사이에선 그냥 인삿말일 뿐이에요.“

수강생들 사이에서 ‘아~’하는 낮은 탄성이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 역삼동 듀오정보(주) 본사 강의실. 20ㆍ30대 여성 30여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이 강의는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여성 회원을 상대로 마련한 연애특강. 강사는 ‘국내 연애강사 1호’로 불리는 이명길(30.남)씨다.

연애와 결혼에도 과외가 필요한 시대다. 듀오가 2007년부터 시작한 ‘연애특강’은 이번 강의로 15회를 맞았다. 매번 강의신청을 받을 때마다 정원의 3배가 넘는 인원이 몰린다고 한다. 이씨는 특강 강사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결혼하기 전 10여년간 여성을 만나본 경험에 근거해, 연애에 실제 써먹을 수 있는 전술을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씨가 내세우는 자칭타칭의 별명은 '작업의 신'.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인 기자가 이날 강의에서 이씨가 전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강의는 이씨가 준비한 연애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춰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가령 ‘평소 관심이 있었던 남자가 먼저 영화보러 가자고 제안한다면 뭐라고 답하는 게 좋을까?’라는 문제의 정답은 “제가 집에 가서 다이어리 보고 9시쯤 연락드려도 되죠?”다. “다이어리가 없더라도 그렇게 말하세요. 남자가 9시쯤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수강생들은 와르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씨는 요즘 남자들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라고 조언했다.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걸 귀찮아하거나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남자들이 늘어났다는 거다. ”경기가 불황이다보니 남자들의 연애 자신감이 많이 낮아졌어요. 복학생이 ‘나에게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남성의 지위는 내려갔다“며 ”이 때문에 연애결혼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우들이 잘하는 게 뭔지 아세요? 남자들에게 접근을 잘 한다는 거에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단도직입적인 고백보다 ‘우리 주말에 영화보러 가요’라며 자연스럽게 접근을 해야 합니다.” 이씨는 “연애를 거는 건 남자지만 연애를 걸게 만드는 건 여자”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남자가 고백을 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단순한 기계고장을 고쳐달라고 해보세요. 고쳐줬을 때 한껏 칭찬을 해주고 그걸 빌미로 차 한잔을 대접하는 건 상투적인 수법이지만 효과는 으뜸입니다.”

골드미스(경제력을 갖춘 30대 이상의 미혼여성)가 주를 이룰 거란 당초 기대와는 달리, 30여명의 수강생 중 절반 정도는 20대로 보였다. 듀오에 가입한 지 두 달 정도 되었다는 28세의 한 여성은 “재밌겠다 싶어 참석했는데 유익했다”며 “남자들의 심리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 앞으로 만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질문이 쏟아져 강의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가량을 훌쩍 넘기고 끝났다.

연애마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씨는 “나는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 첫만남에서 교제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교제 이후의 진정한 사랑을 가꾸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선승혜 기자

◇이씨가 전해주는 첫 만남 성공 팁

▶첫 만남은 패밀리 레스토랑, 두번째 만남은 동물원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조용해서 뻘쭘해지기 쉬운 장소를 피하라. 동물원은 대화 소재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상적인 데이트 코스.

▶질문은 ‘산이 좋으세요? 바다가 좋으세요?’ 처럼 2지 선다형으로
-단답형 질문은 ‘예/아니오’ 외에 할 말이 없다. 상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라.

▶상대방이 시간과 돈을 많이 들였을 법한 것에 대해 칭찬하라
-여성은 신체적으로, 남성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칭찬을 좋아한다. ”바쁘신가 봐요“라는 말은 여자에게는 피곤해보인다는 말이지만 남자에게는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칭찬이 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