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변수·정보부족에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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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구체적 대응작전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외교 및 정보수집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미국은 외교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서구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데다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에 영공개방을 약속받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기지가 있는 터키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는 통로도 확보했다.

타지키스탄 등 아프가니스탄 북부 인접국의 협력도 얻어냈다. 시리아 등 이른바 불량국가까지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외신들은 그럼에도 정작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파키스탄측이 이슬람교도들의 반발을 의식해 마지막까지 결정적인 협조약속을 미루고 있어 미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파키스탄에 적극적으로 접근하자 앙숙인 인도가 미국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는 등 외교변수들이 끊임없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반(反)탈레반연합(북부동맹)에 대한 구체적 지원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것도 군사공격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정부는 당초 북부동맹을 지원해 탈레반 정권과 맞서게 하려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급속한 변화가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의 정세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는 비판론이 최근 제기되면서 탈레반 정권과 가능한 한 협상도 한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신중론을 주장하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조속한 보복공격을 요구하고 있는 여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정보 부족도 작전 개시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26일 나토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통해 군사작전이 곧 단행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군사행동에 필요한 정보수집과 치밀한 군사작전 마련에 더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선 파키스탄 등 인접국의 정보가 필요하지만 현지 이슬람 교도들의 반미감정이 워낙 강해 당분간 고급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 행정부가 이런 상황에선 당분간 외교 등 비군사 분야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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